▲ 정기훈 기자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7개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2월 현재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노동자는 8만2천명이다. 2020년까지 20만5천명이 전환된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따라 2년 후 무기계약직 규모는 40만명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규모 전환 이면에는 기관별 뒤죽박죽인 기준에 따라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을 선택하는 현실이 있다. 이에 대한 진단과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인 직접고용과 큰 차별성이 없는 자회사 전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주요 해결과제 점검’ 신년토론회가 열렸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를 점검하고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 노동자에게 적용할 정부 ‘표준임금체계(직무급) 모델’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해 직무급제 필요?

정부는 지난해 말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 노동자에게 적용할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마련했다.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등 5개 직종을 대상으로 표준직무를 분류하고 직무 간 직무가치를 비교해 직무등급체계를 설계했다. 동일업무를 하면서도 기관별 처우와 임금조건이 달라 또 다른 차별이 야기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 표준임금체계 모델이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는 데다, 정부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제 노동조건이나 지위에서 나타나는 차별을 고착화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본지 2018년 1월18일자 6면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 봤더니 처우개선 없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실화할 듯’ 참조>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토론회 발제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은 개별 공공기관을 넘어 공공기관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며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 통일적인 직무등급체계·임금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직종에서 직무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요건을 고려해 직무등급체계와 임금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임금체계와 직무등급체계의 표준화는 직종별 직무급의 기초를 닦는 것으로, 향후 민간부문에서 직무급 확대를 위한 하나의 좋은 기준과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경희 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지난해 11월 전문가 연구용역을 통해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마련하고 노정협의를 진행했지만 노동계가 직무급과 관련된 논의를 반대해 중단된 상태”라며 “숙의기간을 가진 후 추가적인 노정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로 왜곡된 노동구조 바로잡아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고용만 보장된 무기계약직이 아니라 완전한 정규직 전환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정부는 그간 인사승진제도도 없고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상한 고용형태를 만들어 정규직이라 부르며 차별을 묵인해 왔다”며 “무기계약직은 기존 정규직과 임금테이블도 다르고 복리후생에서도 모두 제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서울시는 과거 정부 지침과 총액인건비 관리 등 인건비 확대 통제에 따라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정원 외 인력으로 관리해 왔다”며 “이러한 왜곡된 노동구조를 바로잡는 모델로서 기관 내 중층적 노동구조를 통합해 실질적인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는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도 전면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정규직과 유사 동종업무는 기존 직군으로 편입하고, 이질적 업무는 별도 직군·직렬을 신설해 정원 내로 통합하고 있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인사승진제도 적용, 정원 내 인력운영이라는 원칙 아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기존 4개 직군(일반직·전문직·무기계약직·청소시설관리용역)을 2개 직군(정규직 내 일반직과 시설서비스직)으로 통합하고 승진과 급여 차별을 해소했다. 여성가족재단 역시 정원 내 일반직과 정원 외 무기계약직으로 나눠져 있던 것을 정원 내 일반직과 기능직으로 통합했다.

조 노동협력관은 “왜곡된 노동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관 내 중층적 노동구조를 통합하고 정원 확대와 경영평가 개선 및 예산지원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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