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판결을 두고 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경제개혁연대·민변·참여연대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규탄’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서울고법 형사13부만이 삼성그룹 승계작업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냐”며 “박영수 특검이 제시한 핵심 증거인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을 부정하기 위해 항소심 법원이 열거한 각종 논거들은 오로지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근 변호사(민변)는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이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사건 이후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을 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2심 재판부는 재벌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탐욕과 사익을 추구한 이 사건의 본질 자체를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재판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유전무죄·무전유죄’ 정서를 더욱 강화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며 “재벌 총수의 범죄를 '국가발전에 이바지했다'며 3·5 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솜방망이 처벌한 판결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번 판결 이후 많은 국민이 분노와 허탈을 넘어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촛불혁명 이후에도 사법정의·경제정의가 실현되기는커녕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적폐 청산을 방해하고 기득권을 수호하는 무리가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는 것에 시민들이 공포감을 느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사사로운 권력으로 법치를 농락한 적폐정권이 아직도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사법부는 항소심 판결의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고 아직도 남아 있는 사법부 내의 적폐세력을 일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