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진 KB국민은행에서 노사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임금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사태와 채용비리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채용비리와 관련해 조합원 4천70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5년 국민은행 채용절차가 정당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조합원 93%가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윤 회장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사퇴해야 한다"는 답변이 87.8%나 됐다.

박홍배 위원장은 "채용비리 사건이 터진 뒤 현장 노동자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 중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있다"며 "그런데도 윤 회장은 직을 놓지 않으려 조직이 망가지든 말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이어 여의도 본점 강당에서 열린 지부 2018년 정기대의원대회 분위기도 무거웠다. 대의원들 앞에 선 박 위원장은 "지부는 올해 임단투 승리를 위해 전면파업을 준비하고 윤 회장 퇴진과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부 추천 사외이사 선임·그룹 지배구조개선 정관개정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기울어진 노사관계를 바로잡고 현장 중심 지부를 건설하기 위해 대의원들이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임금 및 보충협약)을 타결하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밟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회사의 선거개입과 임단협 교섭 해태, 회장 셀프연임 같은 사태는 회장 1인이 제왕적·절대적 권력을 갖게 되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의원들은 지난해 임단투 승리를 위해 향후 파업 투쟁지침에 따라 행동하며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부는 이날 KB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경영참여·주주제안)과 비정규직 축소와 정규직 전환 확대, 임금피크제 개선과 정년연장 추진을 포함한 올해 10대 중점 사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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