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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화의 의제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마침내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했다. 굳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에 참여한 것은 분명하다. 지난달 31일 노사정위 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박병원 한국경총 회장·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외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해 말 실시된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제시하며 이에 참여하겠다고 공약했다. 현 노사정위가 아니라 대통령, 노동계 2명, 재계 2명, 정부 2명, 국회 대표 등 8명이 참여하는 신8자 회의라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했던 것은 그 사회적 대화기구는 아니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였다. 과거 노사정위에 참여했다가 합의든 아니든 그 논의를 통해서 노동법 개악을 당했던 노동운동이 반발하면서 노사정위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자 구성됐던 바로 그 노사정대표자회의였다.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김명환 위원장은 이 회의가 ‘실질적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모두에 발언했다. 이는 선거과정에서 했던 공약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나는 읽었다. 1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던 터라 사실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소식에 나는 놀라지 않았다.

2.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에 대해 시시비비하고 싶지 않다. 그건 과거 노사정위 내지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가 그랬던 것처럼 그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무엇을 노동자권리로 확보한 것인지 그 결과로서 참여가 옳았는지 아닌지 말해 줄 것이다. 그러니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에 관해 가타부타 논평하고 싶지 않다. 다만 “긴 시간을 돌아 이렇게 노사정 대화에 나서게 된” 민주노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통해서 “당당하게 요구하고 진정성 있게 대화하겠다는 의지”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제안했던 대화 의제에 관해서 몇 마디 하고 싶다. 김명환 위원장은 첫째로 “이번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촛불혁명이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인 사회 양극화와 차별 해소,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와 노동시민권 보장, 양질의 일자리, 일터 민주주의, 사회연대를 논의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산업·업종·지역별협의체의 추진과 초기업교섭(산별교섭) 활성화,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월 1회 이상 정례화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사항은 사회적 대화기구의 마련, 대표자회의 정례화를 제외하면 이 나라 노조운동이 주되게 요구해 왔던 것이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불만이 있다. 노사정 대화 의제로 삼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여기는 사항이 있다. 노조할 권리와 노동시민권 보장이라고 한 노동기본권에 관해서다.

3. 이 나라에서 단결해서 교섭과 투쟁할 노동자의 자유 내지 권리를 노사정 대화 의제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 대한민국헌법 33조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이 나라 노동자에게 기본권으로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노사정 대화 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제도·의식(意識) 및 관행의 개선에 관한 사항”을 노사정위 기능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에서 규정하고 있고(3조2항2호), “촛불혁명이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에 포함돼 있는 사항이라고 해도 말이다.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해서 정할 사항이 아니다. 국가 대한민국이 노동자들에게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하는 사항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헌법은 개별 법률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보장했다. 그러니 헌법을 통해서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보장한 대로 대한민국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면 되는 것이다. 노사정 대화를 통해서 그 논의의 결과에 따라서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겠다고 법률을 개정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이 나라에서는 노사정 대화에서 노동기본권을 의제로 삼고 그 논의 결과라며 권력은 입법을 추진해 왔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김대중 정권에서는 노사정위에서, 노무현 정권에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노사정위 등 노사정 대화에서 노동기본권을 의제로 삼았고 그때마다 권력은 이러한 노사정 대화에서 논의한 결과를 내세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1997년에 제정돼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자가 노조를 통해서 교섭과 파업 등 쟁의하는 걸 그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법률이었다. 이 법률을 2007년에 개정하고, 2010년에 개정해 새로운 규제를 추가한 것이 현행 노조법이다. 그래서 현행 노조법이야말로 노동자가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법 조항이 가장 많고, 처벌 수준도 가장 높다. 보수와 민주, 그 집권당이 어디든 다르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이든, 이명박·박근혜든 그 누가 대권을 차지하고서 권력을 행사해도 노동기본권을 두고서는 권력의 성격을 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노조법은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법률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법률로서 오늘 이 나라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대체근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입법은 2007년 노무현 정권에서 했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무현의 시대부터 노사관계선진화안, 이른바 로드맵에서의 논의가 계기가 돼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 개정·시행했다. 도대체가 노동기본권 행사를 규제하는 데에는 권력의 성격을 따지지 않고, 이전 정권의 논의를 이어받아 개악돼 시행돼 왔다. 노사정위·노사정대표자회의는 이에 관해서 노사정 대화로 논의했다는 근거 자료가 됐다. 그래서 오늘 노조법을 앞에 두고서 노사정위·노사정대표자회의 등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는 할 말이 없다. 단순 노무제공 거부인 파업 등 노동기본권 행사조차도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을 문제 삼고, 심지어 그걸 국가가 형사처벌하는 노조법을 두고서 어떤 변명의 말도 있을 수 없다. 오직 그동안 이 나라에서 한 노사정 대화가 잘못이었다는 자백의 말만 해야 한다.

4. 노동기본권은 노사정이 보장할 것인지를 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건 국가 대한민국이 노동자들에게 행사하도록 보장해 줘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도 그걸 노사정이 대화해서 정하겠다며 노사정위·노사정대표자회의 등 노사정 대화의 의제로 삼았던 것이고, 그 결과로 오늘 우리 노동자는 노동기본권 행사가 보장돼 있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노동기본권에 관한 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조차도 비준할 수가 없는 나라에서 오늘도 우리 노동자들은 살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촛불대선에서 이 핵심협약들, 즉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1948년, 147개국 비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1949년, 156개국 비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1930년, 171개국 비준),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1957년, 167개국 비준)을 비준하고, 이에 반하는 국내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랬으면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든, 이 대표자회의 논의로 만들 ‘실질적 사회적 대화기구’에서든 노동기본권을 대화 의제로 삼을 일이 아닌 것이다. 그건 그냥 공약한 대로 이행하면 될 일이다.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가가 노동자가 단결하고 교섭과 행동하는 것을 자유로 보장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으로 규제하면서 그 위반을 이유로 처벌하는 나라는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나라가 아니다. ILO 핵심협약을 괜히 비준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라서 비준하지 못해 왔던 것이고, 그 법률적 근거는 바로 노조법이다. 그런데 노사정 대화에서 노동기본권을 의제로 한다면 뭐가 되나. 그건 노사정이 양보하고 절충하는 대화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대화는 반대다.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과 파업 등 행동하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부터, 그 행사를 국가가 처벌하지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단결금지법리가 폐지된 것이고, 그때부터 노동기본권에 관한 노동법의 역사는 시작된다. 하지만 이 나라는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노사정 대화가 아니라 곧바로 국가 대한민국이 노동자들에게 보장해 줄 자유의 행사를 기본권 행사라고 선언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노사정 대화 의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즉각 노조법의 전면적 개폐로 나설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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