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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이랜드 사태 10년, 이제야 위로받았다"
   
▲ 제정남 기자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을 앞두고 해고됐거나 해고위기에 처했던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조와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올해 7월1일자로 무기계약직 5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570명 중 237명이 2007~2008년 이랜드 사태 당시 회사와 싸웠던 노동자들이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와 2008년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스토어즈 2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홈플러스스토어즈는 매장 33곳을 운영한다. 이번 합의는 이곳에서 이뤄졌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33개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천800명이다. 이 중 2천800명이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전환율이 20% 수준이다. 노사가 앞으로도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은 12년 근속자들이다. 최초 논의 때 기한을 노조는 10년, 회사는 15년으로 하자고 맞섰다.

이경옥(59·사진) 연맹 사무처장은 논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랜드일반노조는 2008년 11월 회사와 해고자 28명 중 16명 복직, 노조간부 포함 12명 퇴사에 합의했다. 이경옥 처장은 당시 노조 부위원장이었다. 해고자로 살아온 그는 10년 동안 노동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 처장은 "10년이 지나 선물을 받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내걸고 싸웠던 옛 투쟁이 정당했고 이제 성과로 남게 됐다는 의미다. 인터뷰는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맹 회의실에서 했다.

- 이랜드 사태가 불거진 뒤 10년이 지나서야 일단락됐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다고 생각하나.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기간제법이 시행되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은 자동으로 정규직이 된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믿지 않았고 법 시행 전 해고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이랜드가 대량해고를 추진하면서 투쟁이 촉발됐다. 이랜드 사태 이후 금융권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무기계약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꼼수를 부린 거다. 이 제도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고착화했다. 정부가 만들고, 자본이 확산시킨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이다. 일개 노조의 힘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 그 어려운 걸 홈플러스일반노조가 해냈다.

"2003년 최초로 단체협상을 체결했을 때 조합원 가입대상은 정규직이었다. 과장급과 비정규직들은 비밀조합원 형태로 조직화하고 있었다. 2006년 단협에서 가입대상을 비정규직으로 확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7대 3 비율로 조직화했다. 이렇게 구성된 노조가 500일 넘게 싸웠고 2008년 농성을 중단하기 전 회사와 합의에서 16개월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규직 중심으로 집행부가 꾸려진 노조였지만 투쟁의 목적은 비정규직 철폐에 있었다. 이후 집행부도 2007년 투쟁 정신을 잃지 않았다. 임금협상에서 무기계약직 인상률을 정규직의 두 배로 높이면서 임금격차를 줄였다. 최근에 와서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임금차이가 거의 없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갈등 요인을 줄여 나가는 작업을 10년간 진행한 셈이다. 정규직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줬다."



이와 관련해 이종성 홈플러스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10년 동안 단결해 투쟁한 결과가 조그마한 성과로 나온 것"이라며 "정규직·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홈플러스에서 비정규직이 철폐되고 모두가 정규직이 되는 그날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이 정규직 아니듯, 자회사 방식도 정규직 아니다"

- 이랜드 사태가 현실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무기계약직이 이름만 다른 비정규직일 뿐이라는 것을 이랜드 노동자들이 보여 줬다. 500일 넘게 싸워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또다시 10년을 싸운 끝에야 정규직이 됐다.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은 양산된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를 말하는데, 현실화하는 것은 자회사를 통한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이다. 무기계약직이 진짜 정규직이 아니었듯이 자회사 정규직 또한 진짜 정규직이 아니다. 10년 전 사용자들이 기간제법을 우회하기 위해 무기계약직 꼼수를 부렸는데, 이제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 자회사 방식 꼼수를 쓰고 있다. 민간회사인 홈플러스조차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지 않나. 정부와 공공기관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자발적 퇴직자를 포함한 해고자가 12명인데, 다들 어떻게 지내나.

"연락을 잘 못하고 지낸다. 상처가 그토록 컸었나 보다. 영화 <카트>가 나왔을 때 다 같이 봤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결국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 합의가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 복직하고 싶지 않나.

"당연히 하고 싶다.(웃음) 그런데 선물을 받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싸웠던 우리의 요구가 이제 이뤄진 것 아닌가. 해고자들에게 이보다 큰 선물은 없다. 개인적으로 큰 위로가 됐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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