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조합원들이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사람이 왔습니다. 다 같이 일어서서 맞이합시다.”

사회자가 외치자 찬바닥에 앉아 있던 270여명의 사람들이 일어섰다. 이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길을 텄다. 플래카드를 들고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로 두 남자가 들어섰다. 두 사람 모두 초록색 노조 조끼를 입고, 등에는 제 상체만 한 배낭을 메고 있다. 한 남자는 ‘세스코 노동자의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국토대장정’ 이라고 적힌 커다란 플래카드를 망토처럼 둘렀다.

“한파 속 10킬로그램 배낭 매고 걸어”

파업 일환으로 국토대장정을 떠났던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지부장 고영민) 두 조합원이 5일 오후 일정을 마쳤다. 세스코 강동지사와 전남동부지사 소속 조합원인 이우석(39)씨와 정지혁(33)씨가 주인공이다. 두 조합원은 지난달 18일 세스코 부산북부지사 앞에서 국토대장정 일정을 시작했다. 김해·대구·구미·대전·천안·평택·성남을 거쳐 19일째인 이날 목적지인 서울에 도착했다. 16일은 걸었고, 3일은 자전거를 탔다. 파업 중인 270여명의 지부 조합원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만나 청와대까지 함께 걷는 길이 마지막 코스다.

지부는 이날 청와대에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편지글과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지부는 2017년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노동자 처우개선과 회사의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두 조합원은 유난히도 길고 심했던 한파를 뚫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었다. 이우석씨는 “겨울옷과 생필품이 들어 있는 10킬로그램 배낭을 메고 계속 걷다 보니 하체에 무리가 왔다”며 “발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물집이 여러 번 잡혔고 정지혁씨는 발목에 무리가 가서 중간에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우석씨는 “지부 조합원들이 중간중간에 숙소를 알아봐 주기도 하고 자전거를 대여해 주기도 했다”며 “경기도에 왔을 때는 자전거길에 시민들이 많아서 세스코 상황을 알리고 응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지혁씨는 “오면서 여러 가지 난관도 있었지만 추운 날씨에도 파업하는 조합원들의 염원을 담아 한걸음 한걸음 옮겨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박근혜 정권의 축소판인 세스코의 썩고 문드러진 부분을 칼로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국토대장정을 떠났던 세스코 강동지사와 전남동부지사 소속 조합원 이우석씨와 정지혁씨가 5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 도착해 동료들과 만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세스코 노사 7개월째 교섭 난항

현재 세스코 85개 지사 중 30여개 지사 270여명이 파업 중이다. 지난해 12월 강동지사 조합원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전국 지사 조합원들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합류했다. 세스코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임단협을 하고 있지만 7개월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부는 “회사가 노조결성을 방해하고 노조간부를 감시하는 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지사별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세스코는 비조합원들을 투입해 파업 노동자들의 업무공백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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