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캐나다 민간부문 최대 노조로 조합원 31만명을 거느린 유니포(Unifor)가 지난달 16일 열린 전국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소속 노총인 캐나다노동회의(CLC)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선택권'에 대한 입창차 때문이었다. 유니포는 캐나다노동회의가 유니포 같은 캐나다에 기반을 둔 노조보다 미국에 기반을 둔 노조들(America-based unions)에 더 우호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노동조합들을 살펴보면 스스로를 국제노조(international union)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국경을 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조합원을 조직하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운동에 잘 알려진 미국 노조들인 자동차노조(UAW)와 철강노조(USW)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서비스 노동자 조직화 모델로 유명했던 SEIU도 마찬가지다. SEIU는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의 줄임말이다. 캐나다노동회의에 소속된 가맹조직은 48개다. 이 가운데 캐나다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조직하는 조직은 15개인 데 반해 나머지 33개는 캐나다와 미국 노동자를 모두 조직한다. 한편 미국노총(AFL-CIO)에 소속된 가맹조직 55개 중 27개가 캐나다노동회의에 속해 이중 멤버십을 갖고 있다. 유니포 지도부가 조직화 경쟁과 관련해 "공격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불만을 제기한 '미국에 기반을 둔 노조들'은 미국노총과 캐나다노동회의에 멤버십을 걸쳐 놓고 있는 조직을 뜻한다.

영토가 광대한 캐나다와 미국(두 나라 모두 남한보다 면적이 100배 크다)에서는 기업별노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초기업 형태를 띠고 있는데, 산업별·업종별 중심성을 갖지 못한 채 일반노조(general union)로 진화하는 역사적 경로를 밟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조들 사이에 조직구획(union demarcation)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조직화 과정에서 서로 조정하고 협력하기보다 경쟁과 적대 관계로 치닫는 사례가 발생한다. 연대 지향적인 조직화 전통이 확립되지 못하고 경쟁 지향적인 조직화 관행이 확산됨으로써 노동조합들 사이의 불신과 갈등이 누적된 것이다. 일반노조로서의 조직 특성은 (초기업노조 형태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 파편화를 초래함으로써 미국과 캐나다에서 산업별·업종별 단체교섭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거의 모든 단체협약은 '대각선 교섭'에 기반을 둔 기업별 협약에 머물러 있다.

유니포는 '미국에 기반을 둔 노조들'이 조직화 경쟁 와중에 유니포 조합원과 활동가를 "위협하고, 괴롭히고, 협박하고, 침묵시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갈등을 조사할 권한을 가진 노총 차원 위원회에 참가하려는 유니포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유니포 조합원수는 캐나다노동회의 가맹조직 전체 조합원의 10%에 불과하지만, 유니포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은 캐나다노동회의를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캐나다노동회의 위원장을 비롯한 노총 중앙과 지역 지도부 다수가 유니포 조합원이라는 사실이다. "임원은 가맹조직 조합원이어야 한다"고 노총 규약은 명시하고 있다. 유니포 탈퇴로 이들의 지도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별·업종별·직업별 노조의 거대노조로의 전환은 북아메리카는 물론 유럽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대륙 간 추세와 경향을 비교하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 금속노조로 알려진 조합원 226만명의 IG Metall은 금속산업 주력을 이루는 자동차·전자·전기는 물론 섬유·목재·플라스틱 등 다양한 산업과 업종을 포괄한다. 유사 산업과 업종을 조직하는 북아메리카 노조들과 비교할 때 결정적인 차이점은 해당 산업과 업종에서 경쟁 노조가 없는 유일 대표노조라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특정 산업과 업종에 기반을 둔 독일 노조들은 '1산업 1노조' 기치하에 지속적인 통합과 합병 과정을 거쳐 하나의 조직으로 모이는 연대의 길을 걸어왔다. 반면 미국 노조들은 하나로 뭉치기보다 각자 알아서 일반노조로 전환해 덩치를 키우는 '땅따먹기 경쟁'의 길로 나아갔다.

연대 지향적 통합은 스웨덴에서도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금속노조·광산노조·화학노조가 통합해 출범한 IF Metall이 대표적이다. 조합원 32만명으로 캐나다 유니포와 규모가 비슷한 IF Metall은 지속적인 조직합병을 통해 업종과 직종을 불문하고 제조업 노동자를 대변하는 스웨덴 유일 노조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드러나는 조직화 전략과 조직발전 경로의 차이는 노사관계와 단체교섭, 사회적 대화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별로 고착된 노사관계와 단체교섭이 지배적인 북아메리카, 특히 미국에서는 노동조합들이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라는 말의 사용을 꺼린다. 반대로 산업별로 노사관계와 단체교섭을 발전시킨 유럽 노동운동에서 사회적 대화는 일상 활동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조직구획과 관련한 노총의 유기적 역할이 갖는 중요성, 산업별 중심성을 상실한 채 추진되는 거대노조화(일반노조) 경향이 초래할 분열성, 초기업노조 형태가 산업별 단체교섭과 결합되지 못하고 '지역주의' 혹은 '기업주의'로 귀결되는 '무늬만 산별노조'가 갖는 취약성. 이러한 고민거리를 유니포의 캐나다노총 탈퇴 사태는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