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가 지난달 17일 집배원 주 5일제 시행에 합의했다. 복무체계를 월~금(통상구)과 화~토(소포구) 2개 조로 나눠 주 5일제를 정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24개 우체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하반기에 확대한다.

노사가 합의 내용을 발표하자 노동시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와 기존 통상구 인력감축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주 5일제를 시행하려면 우체국이 토요택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우정노조 서울사무소에서 김명환(57·사진) 우정노조 위원장을 만나 교섭대표노조 입장을 들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집배원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온전한 주 5일제 정착을 반드시 보장하겠다”며 “집배원 업무부담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주 5일제 정착시켜 노동시간단축”

-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원칙적으로 인력증원 없이 시행한다”는 문서를 시행했다가 노조 반발로 “원칙적으로 증원을 허용한다”고 수정했다. 주 5일제 시행과 관련해 현장이 혼란스럽다. 주 5일제 시행이 통상구 인력축소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우정사업본부장과 노조 사이에 협의된 내용을 벗어나 실무진이 협의 취지에 반하는 잘못된 문서를 시달했다. 그래서 바로잡았다.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앞서 집배인력 증원과 장비가 확충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사합의는 집배원은 월~금만 근무하는 것으로 원칙을 잡은 것이다. 통상구에서 인력을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포구에 인력과 예산·장비를 투입해 우체국의 물류경쟁력을 지킨다는 취지다.”

- 토요택배 폐지 요구에 대한 노조 입장은 무엇인가.

“우정사업본부 재정은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우정사업법)에 따라 우편사업특별회계, 우체국예금특별회계, 우체국보험특별회계 등 독자적인 세입·세출로 운영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기관이지만 국민 세금이 아닌 소속 직원들이 벌어들인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토요택배를 전면 폐지하면 최악의 경우 급여 미지급 사태와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정사업은 특별회계로 운영돼 정부 일반회계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의 최우선 과제는 고용안정 보장이다. 그래서 우정사업본부와 2015년 9월 토요택배 재개에 합의한 것이다. 우체국 토요택배를 중단한 1년1개월 동안 우체국 계약업체 521곳이 이탈하고 매출액 500억원이 줄어들었다. 토요택배를 폐지하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또 토요택배 폐지는 고용불안을 초래한다. 과거 두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다.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체신종사원 8천500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옛 체신노조가 3천756명 구조조정은 막았지만 4천744명은 우체국을 나가야 했다. 2015년 4월에는 공무원 1천23명을 감축했다. 정원에서 행정직 512명과 우정직 511명을 축소했다. 노동조건 개선은 고용이 유지될 때 가능한 것 아닌가.”

“노조 최우선 목표는 고용안정”

- 토요택배 폐지 없이 주 5일제가 가능한가.

“최근 노사합의로 대용량 상자인 6호 소포상자 판매를 중지했다. 고중량 소포에 대한 업무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 토요택배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위탁택배와 실버택배를 통해 인력을 확충해 집배원 업무부담을 경감할 것이다. 퇴직집배원을 중심으로 한 소포구 실버택배 확대는 장년·노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우정실무원을 추가로 확대해 우체국 내에서 하는 분류업무를 전담하도록 하고 집배원은 배달업무만 하도록 해서 업무를 경감할 것이다.”

- 안정적인 주 5일제 정착을 위해 추가 인력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보나.

“지난해 근로조건 개선투쟁을 할 때 3천600명 증원을 요구했다. 본부장은 1천명 우선증원 계획을 밝혔다. 노·사·정·전문가가 참여하는 집배원 근로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지난해 8월부터 우정사업본부 인력 전반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인력증원과 과로사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인적구조 전반이 개혁될 것이다. 올해 6월 말이면 결과가 나온다. 노사는 기획추진단 진단 결과를 충실하게 이행할 계획이다.”

“공무원 노동자도 노동시간 제한해야”

-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올해 말까지 주 52시간 달성을 위한 집배물류 혁신전략을 내놓았다. 노조는 어떻게 평가하나.

“강성주 본부장이 취임한 지 벌써 두 달이 흘렀다. 강 본부장은 꽉 막힌 본부장이 아니다. 집배원 근로조건 개선의지가 확고하다. 강 본부장은 우문현답, 즉 우체국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진정성을 갖고 현장을 찾아다닌다. 민간기업처럼 순식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겠지만 노사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소통을 하고 있다.”

- 집배원 장시간 노동조건 개선대책은 어떤 게 있나.

“우정사업 종사자 가운데 지난해에만 19명이 사망했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려면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우정사업 종사자 대다수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이다.

국회가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에서 우편업이 제외됨과 동시에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 공무원 노동자도 노동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올해 초 김판석 인사혁신처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복무규정 개정을 통한 노동시간 제한을 요구했다.

노조는 감정노동 치유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를 통해 근골격계질환과 감정노동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안전보건공단에 박두용 이사장이 취임했다. 박두용 이사장은 지난해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인사다. 집배원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다. 공단과 연구용역을 함께 진행할 생각이다.”

“직선제 도입해 조합원 주권시대 완성하겠다”

-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마 전 새해 업무 추진 10대 계획을 발표했다. 첫 번째가 조합원 주권시대를 완성하는 것이다. 첫 단추가 직선제 추진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합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합원 98%는 직선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찬성 대의원이 3분의 2를 넘지 않아 부결됐다. 올해 다시 직선제를 추진한다.

집배원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우정직·별정우체국·우정실무원 등 우정사업 종사자들이 행복한 우체국 만들기에 나서겠다.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는 현장을 만들 것이다. 인력과 예산·장비를 투입해 물류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