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적폐 정권 사장 퇴진, 언론 정상화.”

언론노동자들의 오랜 요구가 문재인 정부 들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SBS가 방송사 가운데 처음으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했고, MBC·KBS가 경영진을 퇴진시켰다. YTN 노동자들은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연합뉴스는 1일로 92일째 농성 중이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언론노동자들이 투쟁으로 공영방송 정상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권 훼손에 맞선 YTN·연합뉴스 노동자

“오늘 아침 뉴스해야 할 시간에 다른 방송 뉴스 라디오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갈 거고,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때 그 자리는 진짜 방송의 자리, 우리가 원래 있었던 진짜 언론의 제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나연수 YTN 앵커)

언론노조 YTN지부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사옥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공정방송 쟁취”와 “최남수 사장 퇴진”을 외쳤다. 지부는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장기 휴직자와 파업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체 조합원 321명 중 262명(80.3%)이 파업에 참여했다. 정치부장·국제부장을 비롯한 고위직군도 함께했다. YTN지부는 “반드시 공정방송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사장 선임조건이던 노사합의 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 4대강 사업 칭송 △성희롱 트위터 논란을 이유로 최 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이주영)는 박노황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지난해 11월2일 농성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사옥 로비에 텐트를 치고 지부 전임자와 조합원이 돌아가며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지부는 “박노황 사장이 2015년 3월 취임하면서 편집권이 훼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영 지부장은 “연합뉴스는 2012년 파업을 통해 확보한 편집총국장 제도(경영진의 임명에 따라 기자직 전체 사원의 임명 동의 투표를 통해 편집총국장 선임)를 2013년부터 시행했다”며 “박 사장이 취임한 다음날 이 제도를 무시하고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도입해 공영언론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사장 추천권한을 갖고 있는 뉴스통신진흥회의 5기 이사진 추천은 최근 마무리됐다. 4기 이사진 임기는 지난해 12월28일까지였다. 이 지부장은 “정부가 언론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진흥회 이사진 추천은 늦게 했다”며 “늦었지만 추천이 완료됐으니 새 이사진이 구성되면 박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진흥회 구성은 다음주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 임기는 올해 3월25일까지다. 지부는 박 사장을 임기 전에 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금 아닌 방송 정상화 투쟁, 국민 열망 담아 쟁취할 것”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사들이 속속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쟁취해 눈길을 끈다. 2012년에 KBS·MBC·YTN이 방송 3사 공동파업을 했음에도 경영진 퇴진 만료 성과 없이 복귀했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 노조 MBC본부는 사상 최장기간인 170일 동안 파업을 했다. KBS는 94일간 파업을 벌였다. YTN은 10차례에 걸친 시한부 파업을 했다.

이번 파업과 투쟁은 양상이 다르다. MBC는 지난해 말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되면서 방송 정상화 물꼬가 트였다. 70여일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신임 사장으로 복귀한 최승호 전 PD를 포함해 해고노동자 6명이 5년여 만에 일터로 돌아왔다.

KBS 노동자들은 KBS이사회가 지난달 23일 고대영 전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하면서 142일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신임 사장 선출이 과제로 남아 있다.

SBS는 지난해 11월 방송사 첫 사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했다. 노조 SBS본부는 “사장 임명동의제 시행이 민영방송사는 물론 공영방송사 정상화를 포함한 전체 방송개혁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정훈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언론사 내부에 오랜 전통이 있는 편집국장·보도본부장 임명동의제 같은 제도가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사문화되다시피 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촛불혁명 이후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있어 임명동의제가 활성화되고 정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수석부위원장은 “언론사들의 투쟁은 임금을 위한 파업이 아닌 공정방송을 위한 것”이라며 “공정방송을 위한 임명동의제 같은 제도가 언론사에 정착할 것이고, 연합뉴스나 YTN도 국민 열망을 담아 (언론 정상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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