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전국 시·도 교육청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결정한 무기계약 전환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 의지에 반하는 처참한 결과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 해당하는데도 전환 심의위가 임의로 제외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같은 직종임에도 어느 지역에서는 무기계약으로 전환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해고되는 희한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정부에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도 교육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규직 전환 원칙 무너진 학교 현장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안명자)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별 교육청 전환 심의위가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조차 위반하며 막무가내 전환제외 결정과 해고를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말로만 노력한다고 하지 말고 교육청의 잘못된 전환제외 결정과 해고사태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환 심의위를 사실상 종료한 지역 교육청의 전환율은 평균 9%로 집계됐다.<표 참조> 문재인 정부 정규직화 정책과 무관하게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되는 학교회계직을 제외하면 전환율은 더욱 낮아진다.

이정미 의원은 “전환 기준도 원칙도 무너진 상황에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억울하고 분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무원칙한 전환 실태를 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해고까지 벌어지는 상황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교육당국은 자성하고 하루빨리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노총·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고용노동부·교육부·교육청은 지난달 12일 대책을 협의했다. 노동계는 △정부 가이드라인 준수 △전환결정 중심으로 심의 진행 △쟁점직종은 당사자와 충분한 노사협의 △전환제외자에 대한 해고 중단 및 고용안정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정부는 실태점검과 관계기관 지도·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일 협의 이후 마무리된 경기도·인천시·서울시교육청 전환 심의위는 되레 전체 평균보다 낮은 전환율을 결정했다.
 

노숙농성·삼보일배·오체투지에도 답 없는 정부

안명자 본부장은 “도대체 누구에게 말해야 해고를 멈추고 고용안정이 이뤄질지 몰라 가장 추운 날 노숙농성을 시작했고 가장 추운 날 오체투지 행진을 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전환제외 직종들은 다시는 무기계약이 될 수 없다는 낙인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달 24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해 이날 현재 9일째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경기도교육청 소속 방과후 코디네이터들은 이날 오후 경기도청에서 수원역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학교비정규직과 이정미 의원 간담회에서는 진보교육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지난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을 만들기 위해 애썼는데 보수교육감보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 전환율이 더 떨어진다”며 “무기계약 전환은 고사하고 해고까지 당하는 상황이라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정미 의원은 “진보교육감과 문재인 정부를 믿었기 때문에 배신감과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억울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진보교육감을 당선시켰는데 억울함이 증폭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울산에서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 학교비정규직 담당부서의 공동관리협의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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