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적발한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진 친척이 관여됐거나, 금융지주 회장 선출에 관여하는 사외이사가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영진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채용비리 사건 지적을 받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중도에 사임했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권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이 적발한 채용비리 사례 22건은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JB광주은행·BNK부산은행·DGB대구은행에서 발생했다.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과 대구은행 각각 3건, 부산은행은 2건, 광주은행이 1건이었다.

채용비리 사건 사례를 살펴봤더니 최고경영진과 사외이사가 개입된 정황이 확인됐다. 국민은행 최고경영진 조카는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하위를 면치 못하다 2차 면접에서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등급을 부여해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다. 전 사외이사 자녀는 서류전형 최하위였는데 은행이 증원을 결정하면서 합격했다. 국민은행 채용비리 3건은 모두 청탁 유형이다.

하나은행은 특혜채용 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7건이 적발됐다. 사외이사 관련자는 필기전형·1차 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는데 전형 공고에도 없는 '글로벌 우대'로 통과했고,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로 조정해 합격시켰다. 계열 카드사 사장 지인 자녀는 임원면접 점수가 불합격이었는데, 임의로 점수가 조정돼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 채용비리 대상기간은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다. 해당 기간은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가 단독후보로 김정태 회장을 재선임했을 당시(2015년 2월)와 겹친다. 채용비리 관련 사외이사가 회장후보추천위원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면접 점수를 올리고, 한양대·가톨릭대·동국대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합격 여부를 조정했다. 광주·부산·대구은행은 채용전형을 불공정하게 운영해 임직원이나 유력인사 관련자들을 합격시켰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최고경영진이 직접 채용비리를 저지르고, 사외이사·계열사 사장 지인을 점수 조작을 통해 채용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그 죄가 매우 엄중하다"며 "행장과 지주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을 1일 검찰에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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