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파리바게뜨 사건은 불법파견과 간접고용 문제를 단순히 노사 대립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그리고 실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는 데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의 주장이다. 파리바게뜨 사건이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구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화섬노조·정의당·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청년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리바게뜨 불법파견을 통해 살펴본 간접고용 실태와 해결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부, 국회만 지켜보지 말자"=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 노동자의 진짜 사용자라고 밝히며 5천3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직접고용 방식을 놓고 노사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양측의 논쟁은 본사가 51% 이상 지분을 갖는 자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직접고용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신인수 변호사는 이에 대해 “본사 직접고용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자회사가 5천여명의 제빵 기사들을 직접고용한다는 것은 나름의 성과로 충분히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바게뜨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정의당과 직접고용 지시로 이를 뒷받침한 노동부로 인해 불법파견 문제가 바로잡혔다고 진단했다. 신 변호사는 “정부가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에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조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며 “일정한 한계와 과정에서 다소간의 혼선이 있었지만 새 정부 들어 의미 있는 성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그동안 국회와 정부가 사회 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실제 국회에는 원청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여하고,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담은 수많은 노동관계법이 발의돼 있는 상태지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국회만 바라보는 동안 현실에서 간접고용의 폐해는 쌓여만 가고 있다”며 “파리바게뜨 사건을 계기로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동부에 근로감독 확대와 실질화,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구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구했다. 그는 “새 정부 들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이 제정됐고, 일정한 혼란과 한계가 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며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난망한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지침으로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민간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을들의 연대가 왜 중요한지 보여 줘"=파리바게뜨 사건이 노조활동 방식의 변화를 불렀다는 평가도 나왔다. 카톡·밴드 등 SNS를 적극 활용한 조직화와 여론화가 효과를 거둔 사례라는 것이다.

임영국 화섬노조 사무처장은 “전국 매장에 흩어져 개별 근무하고, 20~30대 청년·여성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환경과 특성이 반영된 활동 방식”이라며 “개별화된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노동환경 변화를 감안했을 때 의미 있는 조직방식 변화”라고 설명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노사합의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의 역할이 컸다”며 “이는 향후 노조활동이 사회적 연대를 더욱 넓혀 가야 할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남신 시민대책위 공동간사는 “대다수 제빵 기사들이 여성들이란 점에서 파리바게뜨 사례는 비정규직 문제와 여성 문제, 청년 문제가 중첩된 사안”이라며 “을들의 연대가 진전을 이뤄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사합의가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로 자회사 정규직화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양대 노총 비정규노조의 공조 지속, 노조와 가맹점주협의회 사이의 정례협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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