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차 전원회의에서 어수봉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파행됐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길바닥에서 데모한다”며 사측 편향적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노동자위원들이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어 위원장은 “조만간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2차 전원회의에서 어수봉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졌다. 어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자 노동자위원들은 “공인인 위원장으로서 상당히 (사측에) 편향된 이야기를 했다”며 “노사 균형을 이뤄야 할 최저임금위를 이끌기에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격 없는 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계속 있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노동자위원들이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를 이어 가자 어 위원장은 회의를 정회했다. 속개한 회의에서 김성호 최저임금위 부위원장(상임위원)이 “조만간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어 위원장의 뜻을 전달하자 공익위원들이 “위원장과 거취를 함께하겠다”며 퇴장했다.

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개인적 소신”이라고 말한 뒤 양대 노총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당시 양대 노총과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은 “어 위원장 발언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항의방문이 아니라 사퇴 등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노동자위원인 문현군 한국노총 부위원장과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위원장의 산입범위 확대 발언을 근거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지난번 항의방문에서 경거망동한 사태를 또다시 야기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원회의가 산회하면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과제 중 핵심 쟁점인 산입범위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의 과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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