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난해 말 사무실로 나이 든 청소노동자 두 분이 찾아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청소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소속으로, 그간 용역업체들이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고용승계돼 연구원에서 10년 넘게 청소업무를 수행하다, 신규 용역업체 A에게 고용승계를 거부당했다는 사정이었다. 이러한 행위는 그 형식은 A업체의 ‘고용승계 거부’이지만 실질은 ‘해고’와 다를 바 없기에, 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상 위법한 것으로 된다.

근로기준법 23조1항은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때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근로자들에게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해야 하고, 그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 해석이다(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17931 판결, 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다29811 판결).

그런데 이 사건에서 A업체가 내세운 사유는 막연히 "관련자들의 불만 제기가 있었다"거나 "시말서·경위서-그마저도 사측 관리자가 종용한-를 쓴 적이 있다"는 것으로, 지극히 모호함은 물론 어느 모로 보나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 시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해고를 강행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의 근로자 승소 판정,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노동조합의 복직 요구 통보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해고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업체가 고용승계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면접에 할애한 시간은 1인당 단 5~10분. 그간 연구원에서 일해 왔던 긴 시간에 비하면 찰나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은 생년월일·근로장소 등 기초사실에 관한 질의응답뿐이었다. 당사자들은 대전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정부는 원청과 용역업체의 계약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지도하고 있다(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2015;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 2012).

실제 이 사건 용역업체와 연구원의 용역계약에도 그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A업체는 그와 같은 내용의 ‘근로조건 이행확약서’를 연구원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춰 A업체의 고용승계의무가 인정된다는 점 △형식적 면접만으로는 사회통념상 근로관계의 계속이 어려운 객관적 사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A업체가 제시하는 해고 사유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1회의 시말서·경위서 작성은 정당한 해고 사유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주된 판단 근거로 들었다.

최근 법원은 이 사건과 매우 유사한 사실관계에 대해 ‘제삼자를 위한 계약(민법 539조)’ 법리를 통해 종전 근로자들에 대한 신규 용역업체의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한 바 있고(한국수자원공사 사건, 대전지방법원 2017. 11. 21. 선고 2015가단228451 판결), 지노위·중노위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판정들을 내리고 있다. 용역업체의 자의에 좌우될 위험이 농후한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복직을 위한 두 청소노동자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A업체가 복직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해고 정당성을 다투는 본안소송은 가처분과 별도로 진행 중이고, A업체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용역계약은 돌아오는 2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A업체의 부당해고로 말미암아 두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하는 추가적인 피해까지 입은 상황이다. 해고가 노동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이토록 즉각적이고 파국적인데, 법과 원칙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치러 내야 할 싸움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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