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채용비리 사태 후폭풍이 불 조짐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시중 주요 은행 채용비리가 확인되면서 정부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사회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적폐"라며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를 조사한 결과 채용 청탁·면접점수 조작·채용전형 불공정 운영 같은 유형의 채용비리 22건을 발견했다. 은행 5곳에서 이 같은 비리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5개 은행에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포함돼 있다. 두 은행 모두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셀프연임 문제로 노사갈등이 첨예한 곳이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직원 제보와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은행과 계열사에 재직 중인 전·현직 경영진 자녀가 다수 확인됐다"며 "심지어 이들이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례마저 발견돼 회사가 별도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불거진 상태"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에서는 서류전형 탈락자를 외국어 능통자로 둔갑시키거나, 필기시험·면접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채용비리 사건이 금융권을 뒤흔드는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적발된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기관장·감사를 해임건의하는 등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물러나는 사태까지 예견되는 까닭이다.

채용비리 조사·수사 확대도 예상된다. 이낙연 총리는 "이런 비리가 은행권에만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위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다른 금융기관들의 채용비리 유무를 조사해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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