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째 공백 상태인 한국감정원장 임명을 조만간 단행할 예정인데, 과거 감정원 재직 때 법인카드를 유용해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유력 후보로 떠올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5명의 차기 원장 후보자를 추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공공기관운영위는 31일 회의에서 차기 원장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한국감정원 주주총회에서 이들 중 한 명을 최종 후보로 결정하면 사실상 임명이 완료된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종 후보를 청와대에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하는 절차만 남게 된다.

지난해 10월24부터 같은해 11월6일까지 진행된 원장공모에는 총 10명이 지원했다. 임원후보추천위가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압축한 후보 5명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지역 정치인과 현재 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변성렬 직무대행, 한국토지주택공사 출신 한 명과 한국감정원 출신 2명이 포함돼 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정치인 출신 인사를 제치고 최근 감정원 출신 김아무개씨가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감정원 상무로 재직하며 법인카드를 집 근처 주점에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201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던 인물이다. 감정원을 떠난 뒤에는 감정평가사 사무소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김씨는 재직 당시 욕설과 인격모독 행위로 감정원 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인물"이라며 "대상을 가리지 않고 뱉었던 언어폭력을 떠올리는 직원들이 공포감을 토로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와 노조 한국감정원지부(지부장 김익태)는 정부에 김씨를 최종 후보군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김익태 지부장은 "노동자를 노예 취급하며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원장은 전임 원장 하나로 족하다"며 "부적격 후보자의 원장 임명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퇴진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임 서종대 원장은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2월 자진 사퇴했다. 이후 감정원은 원장 없이 1년여간 운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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