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29일 정오께 동국대 본관 앞. 여느 때처럼 정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하던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파업가가 흘러나오자 갑자기 본관 정문으로 달려갔다. “뛰어! 뛰어!”

경비가 문을 닫으려 했지만 노동자들이 빨랐다. 경비와 몇 분간 고성이 이어졌다. 몇 차례 밀고 당김 끝에 노동자들이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총장실로 들어가는 입구 셔터가 닫힌 뒤였다.

동국대 청소노동자와 학생을 비롯한 70여명이 학교에 인원충원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 총장실 앞을 점거했다.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분회장 오종익)는 이날을 포함해 이달에만 세 차례 총장 면담을 요청했다. 한태식 총장(보광 스님)은 답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인원충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동국대 서울캠퍼스는 퇴직한 자리를 비워 두는 방식으로 청소노동자 인원을 줄이고 있다. 청소노동자 86명이 하던 교내 미화업무를 올해부터 78명이 하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달 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이 일하던 자리를 근로장학생으로 채우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노동자들은 이달 2일부터 매일 정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본관 앞에서 집회를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 신규채용 계획은 없다”며 “총장 면담과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총장실이 있는 2층 계단을 중심으로 1층과 3층까지 가득 메웠다. “총장님 나와 주세요.” 노동자들은 반복해서 외쳤다. 김형수 노조 위원장은 “동국대에서 벌어진 이 일은 사실 사립대 총무 담당자들이 모여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고 입학금과 등록금이 없어지니 인원을 뽑지 말고 근로장학생으로 대체하자'고 모의해 발생한 일”이라며 “이것이 이 사회를 이끌고 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들이 하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돈 몇 푼 받고 더러운 것 치우는 이들에게 스님이라는 총장이 자비를 베풀지는 않고 해마다 노동자가 집회를 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성에 참여한 동국대 학생은 “알바로 청소노동자를 대체하면 특정 구역이 (청소되지 않은 채) 빌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안전하게 공부할 수 없다”며 “학생들도 어머님·아버님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