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수년간 지적했던 부분들이 꼼꼼하게 들어가 있다. 80~90% 만족한다. 그러나 환경미화원 산재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민간위탁 폐지와 인력충원이다. 정부 대책에 이 두 가지가 빠져 있다.”

정부가 이달 16일 발표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일과건강·노동환경건강연구소 주최 ‘2018 노동자 건강권 포럼’에서 ‘경찰보다 위험한 청소노동자 안전보건, 대책을 묻다’를 주제로 정부 개선대책에 대한 평가토론회가 열렸다.

실행 관리·감독 노동부 역할 부재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환경미화원이 사망한 재해는 15건, 신체사고 재해는 1천465건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확인된 수치만 그렇다는 얘기다.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보험으로 보상받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공상처리 사례가 많아 실제 산재 발생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 11월 광주지역에서 두 명의 환경미화원이 작업 중 사망했다. 순천에서는 환경미화원 두 명이 폐암 발병으로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최근 고양시에서는 가로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건설공사장에서 날아온 쇠막대기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연이은 환경미화원들의 죽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16일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개선대책을 “정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한 진일보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으며 작업량 과다와 안전장비 부족 등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무여건을 지적했다.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주원인으로 지적된 새벽근무와 불법발판 탑승이동을 강력히 단속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작업시간을 낮시간대로 유도하기로 했다.

임상혁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에 대체로 만족한다”면서도 고용노동부와 현장 노사의 역할이 부재한 것은 한계로 꼽았다. 그는 “작업장 안전 확보는 노사가 책임과 권리, 의무를 다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에는 노사와 실제 대책을 실행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노동부 역할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위탁업체 선정기준 변경과 지자체 재정지원, 노동시간단축, 쓰레기 중간집하장 환경개선 같은 보다 세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파상풍 예방접종을 비롯한 보건관리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건강관리 프로그램 필요"

노동계는 정부가 다양한 고용형태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하고도 민간위탁과 인력충원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조명심 민주연합노조 법률국장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도 개선대책에서는 ‘고용형태별 차별 없는 근무여건 조성’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스스로 간접고용 고착화를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국장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민간위탁기관은 2018년 별도 정규직화를 추진하게 돼 있다”며 “이미 2018년이 시작됐는데도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이 아닌 임금·복리후생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서 민간위탁 환경미화원들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냐”며 정부에 항의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선국장은 “새벽근무와 불법발판 폐지를 실행하려면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며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개선은 노조 결성을 통해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거듭된 환경미화원 사망사고에 침묵했던 노동계를 비판했다. 문 국장은 “광주 환경미화원 사망사고 이후 양대 노총 모두 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았다”며 “새벽근무와 불법발판 폐지는 노동계가 오랫동안 제기한 문제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에 외면해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계는 환경미화원 안전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제도개선 과정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경미화원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제도권에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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