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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하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위원장] "농협 신경분리 5년, 남은 건 재정건전성·노동조건 악화"
   
▲ NH농협지부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신경분리)한 사건은 정부의 실적내기 식 정책 추진과 약속 미이행이 한 기업을 얼마나 망가트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이명박 정부는 2017년 추진할 예정이던 농협 신경분리를 5년이나 앞당겨 2012년 관철시켰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농협은 정부 손을 빌렸다. 이명박 정부는 신경분리에 따른 필요자금 중 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조원은 현물로, 3조원은 농협이 발행하는 농협금융채권을 연기금을 통해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물출자금액은 5천억원으로 줄었고 채권발행은 4조5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정부는 채권을 인수하지 않고 이자만 지원하고 있다. 이마저도 올해 2월이면 끝난다. 농협이 지급하는 이자만 연간 1천600억원이다.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가 거둔 순이익(1천731억원)과 비슷하다.

기업 부실화는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진다. 우진하(43·사진)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신경분리 부족자금이 당초 예상했던 11조원을 넘어 21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입금 이자가 연간 5천800억원에 달해 기업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김병원 회장이 불법선거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차입금 문제로 직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지부에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선된 우 위원장이 정부와 국회를 문이 닳도록 찾아다니는 이유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지부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수익은 나지 않고, 회사는 안달하고, 직원들은 불만만 쌓여"

- 신경분리 5년이 지났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까 회사가 직원들을 들볶는다. 연간 수익 목표가 계속 높아진다. 인력을 감축하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인력은 부족하고 실적압박은 높아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까닭이다. 이렇게 일해도 신경분리를 할 때 빌린 막대한 차입금 이자 내기도 벅차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금융권이 새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농협은 투자할 엄두도 못 내는 지경이다. 경제부문도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초대형·초소형마트를 준비해야 하는데 역시 투자를 못하고 있다. 사업 성과가 적자 경제지주 5개 법인을 통합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인력감축이 예상되면서 직원들의 우려가 높다. 신경분리 부작용이 너무 크다."

- 농협중앙회 경영진이 법적 판단을 받고 있다. 지부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신경분리 문제는 쟁의행위 같은 방식의 투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신경분리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이뤄졌다. 국회와 정부가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신경분리 시행 5년 뒤 농협이 얼마나 위기에 처했는지를 알리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것마저 지키지 않은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닌다. 정부는 무상지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 차선으로 이자라도 책임져야 한다."

"최대 과제는 무기직 정규직 전환과 강력한 지부 건설"

- 최근 지부 1년 사업계획을 확정했는데.

"차별처우 개선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별정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이 5천200여명이다.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모든 금융사업장 노동자들은 핵심성과지표(KPI)에 시달린다. 40~50개에 이르는 지표를 단순화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 회사 발전을 위해서도 이 방향이 옳다.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전담팀을 구성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상담, 감정노동에 대응하기로 했다. 노동관계법 개정에 따른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지부 대응방향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동연구소도 설립하려 한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비정기 상여금을 정례화하도록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 노조 여성간부를 양성하고, 간부가 강제 인사이동을 당하지 않도록 싸우겠다. 직원들을 보호하려면 강력한 지부가 돼야 한다."

- 농협의 공적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농협은 농민들이 한두 푼 모아 설립한 단체다. 재정이 악화하고 부실해지면 그 피해는 농업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신경분리 문제는 농협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 농민과 함께하는 농협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기인사 시기가 되면 농협 내부에 난리가 난다. 소도시나 지방, 오지에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하는데 다들 대도시를 원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민 곁에 있어야 한다. 교원승진 가산점 제도를 참조하면 된다. 작은 점포라도 직원들이 앞장서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인사가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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