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지난 24일 오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프레스기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이 사고 다음날 저녁에야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공지조차 하지 않으면서다.

“사고 다음날에도 공장 가동, 노동자들 불안”

28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24일 오후 8시22분께 현대차 아산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충남 아산 ㅇ업체에서 일하던 김아무개(31)씨가 프레스기에 몸이 끼였다. 프레스기에 몸을 넣어 이상 여부를 확인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충남본부는 26일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뒤 천안지청 대처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세종충남본부는 “천안지청이 사고 당일 신고전화조차 받지 않았고, 다음날인 25일 오전 9시께 신고를 접수한 뒤에도 오후 2시가 돼서야 사고현장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세종충남본부 관계자는 “신고를 받은 뒤 5시간 뒤에 현장을 방문했다면 충분히 사전조사가 됐을 텐데도 전면 작업중지명령은 25일 오후 8시가 돼서야 이뤄졌다”며 “그마저도 사업주에게만 서면으로 명령했다”고 말했다.

세종충남본부가 노동부 늑장대응을 비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하루 걸러 일어난 두 건의 산재사고가 천안지청의 미흡한 대처 탓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당진공장에서 노동자가 설비를 정비하다 목숨을 잃었고, 이틀 뒤에는 또 다른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손가락이 끼여 다쳤다.

당시 세종충남본부는 "작업중지명령이 사망사고 다음날인 14일, 항의한 뒤에야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정호 본부 조직부장은 “작업중지명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만 내려져 위험요소가 많은 상태에서 공장이 계속 돌아갔고, 이 때문에 2차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ㅇ업체에서도 사고 다음날 같은 종류의 프레스기를 작동해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3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같은해 9월 발표한 ‘중대재해 등 발생시 작업중지명령·해제 운영기준’에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감독관은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해 위 적용대상 및 작업중지 범위 등에 따라 즉시 작업중지명령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통령 메시지에 따라 노동부가 산재 예방지침을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 의지가 현장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천안지청 “검토 필요해 중지명령 즉시 못 내려”

세종충남본부는 이날 천안지청에 △유족 위임을 받은 노조가 사고조사 참여 △특별근로감독 실시 △중대재해 신고체계 개선 △작업자 트라우마 치료 지원을 요구했다.

천안지청 관계자는 “작업중지명령을 즉시 내리지 못한 것은 적용범위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사고 다음날 오전 신고를 받았지만 (조사에 필요한) 인력을 구성하다 보니 오후에 조사를 나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트라우마 치료 같은 사후조치는 차근차근 검토하겠다”며 “사업장 안전관리 전반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이번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지목했다. 안재범 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업체가 정기안전교육과 특별안전교육을 규정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며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조치들만 지켰어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지청 관계자는 “공개할 순 없지만 ㅇ업체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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