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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마처럼 얽힌 포스코 노사관계

국내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가 대기업 노사관계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사내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제기된 데다 불법파견 관련한 법정소송도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가 사내협력업체 노조탈퇴 공작을 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같은날 열린 기업설명회에 나선 포스코는 3년 만에 매출 60조원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조6천551억원, 영업이익 4조6천218억원, 순이익 2조9천735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포스코는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코 철강사업장이 소재한 경상북도 포항과 전라남도 광양 두 곳 모두 마찬가지다. 대개 복수노조가 있는 사내협력업체에서 나타난다. 부당노동행위 혐의도 여러 개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개별 노동자는 주로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압박을 받거나 종용당했다. 금속노조 사내하청지회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협상하거나, 기업노조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역제안을 받았다. 사인 간의 만남이 아니라 공개적인 단체교섭장에서 사내협력업체 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다. 여기에 포스코가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까지 폭로됐다.

포스코 노사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노사 양측의 총성 없는 전쟁에 불법파견 소송이 자리 잡고 있다. 광양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은 2011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2016년 8월 광주고법은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8월 포항·광양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소송위임장과 노조가입서를 받았다. 순식간에 730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노조에 가입했다. 얼마 뒤 포스코 사내협력업체가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단행하자 소송을 철회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대신 포스코 직영노동자 임금인상률 대비 20%를 인상하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

임금을 올려 소송 철회와 금속노조 탈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당근전략’이다. 협상시즌이 끝나자 포스코·사내협력업체는 곧바로 ‘채찍전략’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부터 금속노조가 부당노동행위 문제를 제기한 까닭이다.

의아한 점은 원청 포스코의 행태다. 포스코는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사내협력업체 일이기에 원청이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궁색한 변명이다. 포스코 처지를 고려할 때 너무나 한가한 대처다. 포스코는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무역제재) 발동 우려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은 권오준 회장 거취 논란에 이르기까지 안팎으로 난제를 안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스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나 비정규직 전환 문제, 1·2·3차 협력기업과의 상생활동을 눈앞의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적극 검토하겠다고”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청업체 상생협의회를 만들었고, 외주비 1천억원을 인상했다. 사내협력업체는 두 자릿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권 회장 식 상생은 대상이 명확했다. 불법파견 소송을 하거나 금속노조를 가입한 이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 논란은 포스코·사내협력업체 스스로 자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매출액 60조원대 회복과 최대 영업이익 달성이라는 실적마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조를 갈아타는 선택은 비난받지 않는다. 개별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선택했다면 문제 삼을 수 없다. 산별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에 가입해도 그렇다. 문제는 사용자가 개입했을 경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에 따르면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할 경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것도 금지한다. 포스코에서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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