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한 번 잘 치른다고 모든 게 한꺼번에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전쟁 가능성을 줄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재 처지인 것 같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제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습니다. 거기에다 양국 지도자가 핵단추를 언제든지 누를 수 있다는 듯이 서로 큰소리치고 있고, 주변의 또 다른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우리나라만 허둥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핵전쟁은 쌍방은 물론 지구촌의 공멸이 불가피하므로 감히 일으키지 못하리라는 것이 이성적 판단입니다만, 지금까지 역사에서 보면 전쟁은 이성과 상식이 무시되는 인간의 오판과 광기, 우연한 사건 혹은 실수로 일어났던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국제전인 6·25 전쟁을 잊지 못합니다. 원인과 과정도 중요합니다만 우리는 그 피해를 중심으로 전쟁의 실상을 이해해야 하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교훈에 충실해야 합니다. 다음 백과사전에 따르면 6·25 전쟁으로 소년병과 학도의용군을 포함해 한국군 62만명, 16개 나라로 구성된 유엔군 16만명, 북한군 93만명, 중공군 100만명, 민간인 25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쟁고아 10만명, 이산가족 1천만명이 발생했습니다. 산업피해로는 남한은 공업 42%와 농업 27%, 북한은 공업 60%와 농업 78%가 파괴됐습니다. 한마디로 한반도가 초토화된 것이지요.

그런데 그때는 재래식 무기에 의한 전쟁이었습니다. 지금 북한이 완성했다고 주장하며 실험을 통해 실재를 과시하며 위협하는 무기는 핵폭탄입니다. 미국은 이미 핵을 고도의 전쟁무기로 가공해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물론 항공모함이나 폭격기 등을 한반도 부근에 전개함으로 언제든지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실제 핵폭탄이 전쟁에 최초로 사용된 것은 일본 히로시마입니다. 지금 개발돼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핵폭탄보다는 모든 면에서 성능이 뒤떨어지는 구식이었지요. 1945년 8월6일 오후 3시 B29 폭격기에 의해 투하된 지름 71센티미터, 길이 3.05미터, 무게 약 4톤의 리틀보이라는 이름의 핵폭탄이 떨어지는 순간, 오렌지색 섬광이 번뜩이고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습니다. 도시의 60%가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반경 500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즉사했다고 합니다. 당시 히로시마 인구는 34만명이었는데 24만명이 원폭 피해로 죽었다는 통계는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잘 보여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더 성능이 좋아진 핵폭탄이 서울에 떨어진다고 상상해 봅시다. 너무도 끔찍한 일이어서 생각하기도 싫지만, 북한과 미국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 최근 상황은 그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어 절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조건 전쟁은 막아야 할 당위와 책무가 여기에 있습니다.

때맞춰 한반도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하늘이 우리를 돕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조건 없이 이 평화의 제전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가져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는 평화올림픽이라는 기치 아래 남과 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기로 한 모처럼의 합의에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고, 김정은 독재체제 선전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막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문재인 정부에게 “왜 당당하게 우리는 친북좌파라고 말하지 못하는지, 북한처럼 우리 민족끼리라고 말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비겁한 정치를 한다고 아니할 수 없다”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부르면 뭐 어떻습니까? 김정은이 선전장으로 삼는다 해서 그 정도에 흔들릴 우리 체제나 국민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라면 먼저 북한과 친해야 한다는 말도 맞고, 개혁과 진보를 주장하고 실현하는 입장이 좌파라면, 그 또한 어떻습니까? 촛불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다수 국민을 믿고 촛불혁명 정신을 살려 나가는 데 더 당당했으면 좋겠습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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