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이틀에 걸쳐 연이어 사망하는 최악의 산재사고가 벌어졌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김아무개(57)씨가 이날 새벽 2시께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화상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고인은 지난 23일 오후 3시20분께 현대중공업 사업장 2도크 동편 블록 연결 작업장(PE장)에서 산소절단기로 작업용 철판 피스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불로 전신 75% 화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곧바로 울산대병원으로 후송됐고, 부상이 심해 다시 구급용 헬기에 실려 서울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시신은 울산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지부는 가스절단기 팁 부위에 미세한 산소 누출이 있었고, 사망자의 하반신 부위에 화상이 심한 것을 감안해 산소누출에 의한 사고로 파악하고 있다.

지부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추모집회를 열었다. 고인이 사망하기 전날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숨졌다. 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30분께 현대중공업 가공소조립부 4베이에서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모스의 하청업체 크레인 기사 곽아무개(63)씨가 크레인 상부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한 뒤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같은날 오후 3시30분께 사망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지회는 평소 지병이 없었고, 3개월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5시간 이상을 것을 감안해 과로와 추위에 의한 심장 이상이 사망을 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회는 “현대중공업 직영과 하청 노동자가 연달아 중대재해 2건으로 사망했다”며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사업장 전체(하청 포함) 작업을 중단하고 8시간 동안 안전점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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