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최저임금 16.4%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이른 연초부터 최저임금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국민임금으로 불리는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아예 부정적인 시각에서 다룬 언론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저임금은 법에 명시된 대로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기 임금이 최저임금과 직결된 노동자가 500만명이 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사회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마중물임이 분명하다. 더 나아가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 정립에도 기여한다. 지난해 대선에서 가장 보수적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마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걸었을 정도다. 지난 수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폭넓은 공감대가 확인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대량해고와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처럼 선동해 온 수구보수 언론의 여론몰이는 적반하장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인권 지표다.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이 지나치게 낮은 한국 사회의 기형적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먹고살 만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사회적 갈등도 극복할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이 빠르게 시대 과제로 부각된 이유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무리한 창업을 하지 않아 과밀경쟁으로 폐업하기 일쑤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소득의 1차 수혜자도 자영업자가 되니 상생방안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은 이익을 내는 사용자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이자 양심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맞아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최저임금 위반율 제로화다.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의 고충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최저임금 준수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지킨 사례는 마치 미담처럼 소개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자 감원과 해고, 탈법적 근로시간 축소는 불가피한 결과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우리 사회의 낮은 노동인권 감수성과 인식도 이런 언론보도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켜야 할 이유보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전복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양 치부돼선 곤란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도리어 해고를 불러일으키고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하는 다양한 편법이 난무하는 잘못된 현실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다수가 노조 바깥으로 내몰려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자기 권리를 빼앗기고도 항변조차 할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앞둔 대한민국의 국부 규모로 보면 최저임금 수준은 지금도 한참 낮다. 최저임금은 국민의 태반을 차지하는 노동자들 삶의 질이 걸린 중요한 민생 문제다. 올해 최저임금 7천530원이 보장될 때 홀대받고 눈물 흘리고 있는 청년알바와 여성노동자들, 중고령 어르신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면 개선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다.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 정상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가로막는 결정적 걸림돌은 바로 성장 과실을 독식해 온 대기업집단이다.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행위로 인해 사회적 약자가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높은 상가임대료 및 카드수수료, 가맹점 본사의 과도한 로열티와 비용전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을 버거워하는 진짜 이유다.

자영업자는 자기 노동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경제주체다. 비정규 노동자보다도 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도 많다. 재벌과 본사 갑질로 수탈받고 있는 자영업자는 노동자에 가깝다. 결국 사회적 약자인 을들이 뭉치고 연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할 권리와 장사할 권리가 함께 보장돼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처럼 장사할 권리를 담은 상인 3권이 입법화돼야 한다. 최저임금처럼 각 계급계층별로 집단적 대표성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상생의 경제와 공동체 사회를 만들 디딤돌이다. 이런 최저임금을 걸림돌로 만드는 건 재벌과 건물주 중심 경제구조다.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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