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공발주공사 하청노동자가 현장에서 발생한 위험상황을 발주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된다. 공공발주공사에 참여한 노동자가 보호구 착용 같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현장에서 퇴거조치된다. 현장 안전교육도 강화된다.

◇2022년까지 산재사망자 OECD 국가 평균 밑으로=정부는 23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의결했다.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수)을 2016년(0.53) 대비 절반(0.27)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0.30)보다 낮은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발주자·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해 위험을 유발하는 주체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에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발주기관부터 적용한다. 발주자에게 작업자 보호를 위한 안전관리 의무를 지우는 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사항이다.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가이드라인을 공공발주기관에 먼저 적용하고 주무부처 중심으로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발주공사에서는 보호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안전수칙을 두 번 위반하는 노동자는 즉시 현장에서 내보내진다.

하청노동자가 위험상황을 공공발주청에 직접 신고하는 위험작업 일시중지 요청제도는 올해 발전사에 적용한 뒤 내년에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 하청노동자가 작업중지 요청을 하고 위험현장을 발주청에 신고하면 발주청은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확인하고 시공사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시공사가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발주청이 조치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작업이 재개된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의 정당한 작업중지 요청을 거부하거나 해고 등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신설한다.

산재 사망사고가 빈번한 △건설 △기계·장비 △조선·화학 분야는 지도·감독역량을 집중한다. 노동부는 고위험사업장 집중지역 3곳 지방고용노동관서(중부청·부산청·대전청)에 '광역산업안전감독팀'을 설치하고, 지난해 말 채용된 산업안전감독관 40명 중 24명을 분산배치했다. 이들은 대형 인명사고 발생 사업장을 특별감독하고, 재해다발 건설업 본사 감독을 전담한다.

100대 건설사는 매년 사망사고를 20%씩 줄이도록 목표관리제를 시행한다. 지난해 50대 건설사까지 목표관리제를 시행했더니 사망사고가 23.5% 줄어들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타워크레인은 발주자가 원청-임대업자 간 타워크레인 계약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장비 안전검사를 받지 않거나 불합격한 기계·장비를 사용했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는 기존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상향한다.

안전교육은 체험과 현장중심으로 개편한다. 매년 가상현실(VR) 콘텐츠를 205종씩 개발해 실감 나는 교육을 지원한다. 매월 24일을 건설기계·장비 점검의 날로 정해 캠페인을 한다.

◇노동계 "대책 실효성 담보해야"=노동계는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노동계가 요구했던 부분이 수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얼만큼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요청할 경우 발주청이 바로 오겠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요청하면 사업주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재 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완전히 획기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대부분 기존 대책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어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노동자들이 보호구를 미착용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지 않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퇴출시키는 등 노동자를 관리대상으로 보는 마인드로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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