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며칠 앞두고 경비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경비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8일 41개동 소속 경비원 94명 전원에게 ‘1월31일부로 해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해고예고 통지서를 전달했다. 입주자대표회의측은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문제를 이유로 들며 해고된 경비원들은 용역회사를 통해 재고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됐다. 이런 보도가 나왔던 것이 지난 5일이니 이제 한물간 뉴스가 돼야 했다. 그런데도 아파트 경비원 해고사건은 최저임금 인상문제로 뜨거운 이슈로 살아 있다. 경제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운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가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 내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게 됐다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웃고 있다.

2. 2018년 시간당 7천530원이 부담돼서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쫓겨난다는 것인가. 2017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천470원이었다. 거기서 약 16.4%가 인상된 것이다. 그럼 한 달을 일해서 받는 월급여로는 157만3천770원인 셈이다. 이걸 가지고 한 달을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그렇게 살아지는 것인가. 위 압구정동의 옛 현대아파트에서 해고통보 소식이 보도되고서 다른 아파트단지 사례도 보도됐다. 강북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입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도 경비원을 해고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를 검색하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 해고 문제는 벌써 수년 전부터 심심찮게 보도됐다. 아파트 경비원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받다 보니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면 아파트단지에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인원을 감축하는 일이 발생해 왔던 것이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오늘 압구정동의 옛 현대아파트에서처럼 경비원이 해고되는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더 많은 경비원이 우리의 아파트단지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어디 경비원뿐이겠는가.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수준인 수많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사업장에서 쫓겨나게 될 처지가 될 것이다. 인상된 최저임금 때문에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해고에 내몰릴 것이다. 그러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 될 수 없고, 사용자 기업에 부담을 초래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게 될 테니 바람직하지 않다고, 더는 급격한 인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하고 진단할 것이다. 옛 현대아파트의 한 입주민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각 세대별 관리비 증가액을 계산해 보니 월 3천570원 정도가 추가되더라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부자 아파트에서 너무한다고 비난이 쏟아졌다. 세대당 월 3천570원이면 경비원 94명 모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해고한다니 너무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만이 아니다. 이 정도가 부담이 돼서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장이 말이다.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장은 추가로 부담할 금액이 더는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까. 오늘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관한 보도를 보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읽게 되는데 과연 그런지 자꾸 의문이 든다.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 입주민들에게는, 나아가 이 나라 사용자들에게는 그 정도가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할 정도라는 것인가.

3.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해고된 경비원들은 용역회사를 통해 재고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됐다. 이것은 뭔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고용하던 경비원들을 해고하고서 아파트 관리회사와 용역계약 체결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경비원들의 사용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관리회사로 변경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직영체계에서 아파트 관리회사를 통한 간접관리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 해고사태의 실체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의 아파트단지들은 아파트 관리회사를 통한 간접관리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오히려 압구정동의 옛 현대아파트단지처럼 직영체계로 운영되는 곳이 드문 지경이다. 아파트 관리회사를 통한 아파트 관리체계는 경비원 등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벌써 오래전부터 우리의 아파트단지에서는 관리회사와의 용역계약 체결을 통해서 경비원 등 노동자들의 고용 등 근로관계상의 책임에서 벗어났다. 아파트 관리회사와의 용역계약 만료로 얼마든지 경비원 등 노동자들을 해고해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질 일이 없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나 입주민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경비원 등 아파트단지 관리업무 종사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사용자처럼 갑질을 해 대도 사용자로서는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오늘 관리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서 아파트 관리체계를 운영해 온 우리 아파트단지에서의 근로관계 실상인 것이다. 실질적으론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들이 경비원 등 관리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정하고, 채용 및 해고 등을 결정해도 노동자들은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민들에게 사용자로 부르지도 못하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일할 뿐이다. 이걸 우리 법원은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판결해 왔다(대법원 1997.7.12. 선고 99마628 판결 등). 관리회사와의 용역계약이 갱신되지 못해서 새로운 관리회사가 아파트 관리를 하게 되더라도 기존 경비원 등 관리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고용승계도 보장되지 않는다. 관리회사 사이에는 법적으로는 영업의 양수도가 없으니 고용승계도 없다. 이런 법의 세상에서 아파트 관리 노동자들은 우리 아파트에서 일해 왔던 것이다.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 경비원 등 관리 노동자들에겐 낯선 것이지만 이미 우리의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 등 노동자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의 아파트 노동자들에게는 차라리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 노동자들이 부럽다.

4.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에서의 ‘최저임금’ 해고가 어떻게 나아갈지 나는 모른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밝힌 대로 직영체계에서 관리회사를 통한 용역계약으로 전환돼 경비원 등 노동자들은 관리회사로 소속이 변경돼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령자로서 고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 소속이 어디든 고용이 유지되기만 하면 된다며 관리회사에서 고용을 보장해 주겠노라고 하면 그에 순순히 응해서 별일 아닌 소동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럼 떠들썩했던 ‘최저임금’ 해고는 해고 없는 고용유지로 원만히 결론 났다고 언론은 마무리 보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관리회사에서의 고용보장이 옛 현대아파트에서의 고용유지는 아니다. 옛 현대아파트에서는 해고된 것이고, 해고되고 나서 관리회사에서 고용했을 뿐이다. 거기서 입주자대표회의니 관리회사가 무슨 짝짜꿍이 있었는지 몰라도 경비원 노동자는 옛 현대아파트에서 해고당한 것이고, 관리회사는 그를 새로 채용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이렇게 분명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최저임금 인상 등이 부담이 돼 직영체계에서 관리회사로 전환하고자 경비원들을 해고한 것이라면, 그 해고의 성격은 경영상 해고, 즉 정리해고다. 근로기준법 24조에 규정된 대로 사용자로서는 정리해고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등이 부담이 돼 한 정리해고는, 적어도 압구정동 옛 현대아파트에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세대당 월 3천570원이면 경비원 94명 모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데도 그것이 부담이 된다고 경비원 모두에 대해 한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1월31일부로 한 해고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관리회사에서 고용될 수 있도록 해 줬다고 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한 정리해고가 정당한 것이 될 수가 없다. 관리회사에 고용됐다고 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 소송이 구제이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될 수도 없다. 아파트 관리체계의 전환을 위한 ‘최저임금’ 해고는 정리해고로서 무효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된다고 하는 해고는 정리해고로서 정당하지 않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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