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2007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전면 개정한 이후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은 가장 큰 문제였다. 고용노동부는 고시(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2008-43호)로 인정기준을 정했다. 이후 2013년 고시를 개정(2013-32호)하면서 만성과로 기준에 시간적 개념(주 60시간)을 도입했다. 당시 노동부는 노동계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고시 개정안을 시행했다. 법원에서는 지속해서 노동부 고시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지적해 왔다. 그리고 최근 노동부가 고시를 다시 개정(2017-117호)했다. 근로복지공단도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을 개정(2018-2호)했다.

고시와 판정지침 개정으로 노동부가 과거 잘못을 면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 고시 개정 당시 노사 추천 전문가는 제시안(2012년)에서 사실상 주 52시간 만성과로 기준을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노동부의 뇌심혈관질환 과로기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주 52시간을 넘으면 만성과로로 인정하고 야간노동은 업무시간을 주간노동보다 20% 할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노동부 의지부족으로 좌절됐다. 노동부는 이번 고시 개정이유에서 “과로 기준시간에 노동자의 업무강도나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반영하는 등 뇌심혈관계질병으로부터 산재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규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10년간 수많은 비판에도 귀를 막았던 노동부다. 위법한 기준에 의해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가 과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노동부는 고시 개정 이전의 불이익 처분을 구제하는 조치를 시급히 해야 한다. 현행 고시는 부칙에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2018년 1월1일 이후 진행되는 산재 사건에만 고시를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불승인된 사건 중에서도 개정 고시를 적용할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한 사건이라면 별도 구제조치(소멸시효 기간 이내 재신청 요청 및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재심사)가 필요하다. 공단도 주요 지침을 개정할 때 수차례 구제조치를 한 바 있다.

고시는 주 52시간의 만성과로 기준 및 예시적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을 초과하면 만성과로와 발병 사이 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하지만, 주 52시간인 경우에는 가중요인이 하나라도 있어야 이를 인정하고 있다. 주 52시간의 만성과로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학연구 결과와 근로기준법 취지에 위배된다. 고시는 법률적 구속력이 없으며, 하나의 예시적 기준(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에 불과하다. 예시적 기준을 고시에 명시해 현재와 같이 계량적 수치로만 접근하고 판단하는 오류를 벗어나야 한다.

고시의 세부 내용도 문제다.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의 발병 영향을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로 한정하고 있는데, 법원 태도와 반대된다. 또한 '52시간 이하 및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는 "관련성이 증가한다"고만 명시했다. 이미 2012년 전문가 안에서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높다"고 한 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업무 관련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 업무 가중요인에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지침의 ‘출장이 많은 업무’에서 축소된 것이다. 또한 야간근무의 경우 업무시간을 30% 가산하나, 감시·단속적 노동자는 배제하고 있다.

공단 판정지침도 허점이 많다. 단기간 과로 판단요령에서 발병 전 2~12주 업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인 경우 일률적으로 40시간으로 간주한다. 이는 당해 노동자의 구체적 조건을 기준으로 하는 법리에 위배된다. 업무환경 변화에서 ‘진동·압력의 변화’가 삭제돼 그 범위가 축소됐다.

또한 만성적 과로 판단요령에서 택시노동자 업무시간을 계산할 때 야간근무시 운전(주행)한 시간에 대해서만 30% 가중하고 있다. 이는 대기시간이 업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제해 일반 노동자과 비교해 형평성을 잃은 것이다. 업무부담 가중요인에서 유해한 작업환경 중 ‘고온작업 또는 폭염작업’이 삭제됐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별표3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직종 범위가 상당히 한정적이다.

그리고 고시와 지침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즉 질적인 기준과 평가를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 판단지침은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10가지)를 구분해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가중요인의 하나로밖에 평가되지 못하며, 실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노동부의 위법한 고시로 인해 매년 수백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산재 불승인 고통을 겪고 있고 현재도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그중 다수는 현행 고시 인정기준을 적용하면 산재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막대한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산재 불승인은 노동자의 명예와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노동부의 진정성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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