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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까지 이행하겠다던 공공병원 일자리 합의, 해 넘긴 이유는?보건의료노조 “공공병원 가이드라인 만든 정부가 정규직화 이행 강제해야”
   
“병원과 열 차례나 협의했지만 해를 넘기도록 이행이 안 되고 있어요.”

지난해 9월 전남대병원 노사가 임금·단체교섭에서 연말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지만 병원쪽이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전환 범위를 비롯한 세부 협의에서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노사갈등이 심화하자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지부장 김혜란)는 23일 투쟁선포식을 열고 청와대 앞 1인 시위와 병원 로비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김혜란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직원들이 내기로 한 임금총액 인상분 일부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도 병원에서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전남대병원 사정만 이런 게 아니다. 21일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결과 기간제·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합의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공공병원(파견·용역은 계약연장으로 보류)은 95곳 중 2곳(서울대치과병원·경상대병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93곳은 여전히 협의를 진행 중이거나 협의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보건의료산업사용자단체협의회(준)와 95개 의료기관에서 2017년 말까지 1만1천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했다. 당시 43개 특수목적공공병원은 비정규직 2천788명을, 6개 국립대병원은 5천633명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도대체 병원 노사는 어떤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걸까.

쟁점은 '중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공공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핵심 쟁점은 '중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의 완전 정규직화 여부다. 정부가 지난해 7월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는 무기계약직 정규직화가 명시돼 있지 않다.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를 적극 추진하려는 노조와 최대한 미루려는 병원 사이에 싸움이 치열하다. 전남대병원과 전북대병원·충남대병원을 비롯한 93개 공공병원도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의 ‘병원 버전’인 ‘공공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가이드라인’(공공병원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공공병원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9월18일 병원 노사와 정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교육부)가 TF를 구성해 만들었다.

공공병원 가이드라인에는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기간제·파견·용역노동자의 정규직화뿐 아니라 무기계약직 차별해소가 적시돼 있다.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으로 해석한 셈이다.

노조는 “병원쪽이 절차상 이유를 들며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를 미루거나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대병원은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정원 승인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정원이 승인되는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이 무분별하게 인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공공병원 정원(TO)을 관리한다. 다만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따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정규직화 당연히 돈 들어, 기재부 핑계 대지 말아야”

나영명 노조 정책국장은 “병원이 의지만 있으면 노사합의로 정규직화를 이행한 뒤 기재부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할 수 있다”며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병원이 기재부 핑계를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국장은 “노동부가 공공병원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만 하고 방관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며 “가이드라인 합의에 참여한 노동부가 나서 기재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정원 확보나 예산 마련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병원이 당연히 지켜야 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어겨 왔던 만큼 차별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돈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공병원이 정규직 전환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병원과 정부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수목적 공공병원은 국립대병원보다 무기계약직 정규직화가 더디다. 노조는 “국립대병원은 자체 예산을 사용하지만 특수목적 공공병원은 기재부 승인을 거쳐 재정지원을 받는다”며 “재정 조달이 어려워서 노사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월 말까지 협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원장 취임과 신임 지부장 선출·취임으로 세부 협의를 하지 못한 상태다. 병원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비교해 임금과 승급, 사학연금 적용 여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전남대병원 무기계약직 1~2년차는 정규직 급여의 90%, 3년차는 95%를 받는다. 부산대병원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의 85%, 전북대병원은 85~100% 수준이다.

반면 서울대치과병원과 경상대병원은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임금차별 없이 승급과 연금 적용에만 차이가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두 병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며 “애초에 임금차별이 없었던 것이 성공적 정규직화의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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