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흔치 않다. 파장이 큰 중대사건을 재판할 때 채택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노동문제는 예외인 것 같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임금청구소송 사건을 공개변론으로 진행했다. 18일 전원합의체는 성남시 환경미화원 임금청구소송을 같은 형식으로 다뤘다. 두 사건 모두 임금청구소송이라는 외양을 띠지만 통상임금·노동시간이 쟁점사항이다.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이자,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공개변론 제목을 ‘휴일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수당도 지급되나’로 명명했다. 사건명 또는 사건번호가 아니라 공개변론의 주제를 부여하는 방식은 신선하다. 진행방식도 소송단의 지루한 발언에 의존하기보다 재판부와 소송단의 토론방식을 채택한 점도 눈에 띈다. 갑을오토텍 사건 공개변론과 비교하면 나아졌다는 평가다. 노동문제와 관련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근로기준법상 1주간 근무시간에 휴일근로시간 포함 여부, 중복가산수당 지급, 사회·경제적 영향 등을 공개변론의 쟁점으로 제시했다.

환경미화원 강아무개씨 외 36명은 주 40시간을 근무하고, 토·일 주말에도 하루 4시간씩 근무했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휴일근로에 대해 휴일근로수당뿐 아니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환경미화원 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근로·연장근로·야간근로에 대해 통상임금 50%씩 가산임금을 주도록 하고 있으나, 중복할증 여부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그간 1주간 최대 52시간 근무가 가능하고, 40시간을 초과해 휴일에 이뤄지는 근로는 휴일근로뿐만 아니라 연장근로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1주를 7일로 본 셈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1주를 5일로 규정해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다고 행정해석했다.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이런 주장이 다시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날 공개변론을 진행했지만 법리적인 결론은 이미 내려졌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부 행정해석 폐기를 거론한 바 있으며,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행정해석의 오류를 인정했다. 유사한 사건을 다룬 고등법원은 14건의 사건 가운데 11건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휴일근로에 대해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선고한 것은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려 했던 근로기준법 제정 취지를 고려한 것이다. 이런 점은 환경미화원 법률대리인이 공개변론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흐름을 잘 반영한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가장 애매한 쟁점은 ‘사회·경제적 영향’에 관한 것이다. 사용자쪽 대리인은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이 될 경우 기업 부담금이 7조원에 이르고 처벌받는 사용자가 많을 것”이라며 혼란을 우려했다. 반면 노동자쪽 대리인은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혼란을 줄이고,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되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 이어 법정에서도 노동시간단축을 둘러싼 노사 양쪽의 논리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일각에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법적 논리보다 사회경제적 파장에 더 신경쓸 것이라고 우려한다.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 판결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라는 법리적 논리 외에 ‘신의성실 원칙’과 같은 재판 영향을 의식하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취임 후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여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짚었으면 한다. 잘못된 노동부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 산업현장 관행에 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을 '비용' 문제로만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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