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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이제 시작하면 된다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지난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하던 날, 조금은 기대가 있었다. 철도나 공항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 돈벌이 수단이 돼 버리면 노동자도 비용절감 대상이 되고, 시민 안전도 비용절감 대상이 된다. 결국 공공성이 훼손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공공부문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고, 시민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너무 이른 기대였을까? 지난 8개월 동안 정책 방향이 비틀어진 것을 보는 마음은 참으로 무겁다. 아직 1단계 정규직화 정책도 마무리되지 못했는데 말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고용의 틀을 새롭게 세우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규모부터 파악해야 한다. 총액인건비제 때문에 기형적으로 늘어난 비정규직 규모와 형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정규직 전환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정규직 전환에 들어가는 예산 마련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차별이 용인되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고, 신규채용과 비정규직 전환 비율을 검토해야 하며, 일괄 전환이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도 판단해야 한다. 세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데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성과를 내려고 했다.

정부는 기관별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와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했다. 각 기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그런데 기관들은 정규직 전환 심의기구 구성에 소극적이었다. 심의기구에 노동자가 참여하기 어려웠다. 충북도는 지역 노동·사회단체의 항의가 잇따르자 심의기구에 노동자대표를 한 명 포함시켰다. 그리고 3차 회의에서 노동계 추천위원의 의사를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했다. 노조가 없는 경우 심의기구는 회사측이 선임한 자로 채워졌고, 일방적인 결정이 이뤄졌다. 인천시교육청에서 41개 직종 비정규 노동자를 심사하는 데 단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예산에 구애받지 마라”고 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10명의 정규직화를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가 4명을 불인정해 해고되고 말았다.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예산 눈치를 본다. 그러다 보니 ‘상시·지속업무’가 대상자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대상자를 축소할 뿐 아니라 심의기구를 통해 정규직화 인원을 줄이는 데 주력하게 된다. 비핵심 업무라서 안 되고, 현재 자회사니까 안 되고, 국·도비 지원사업이라서 안 되고, 상시성은 있지만 지속성이 없어서 안 되고, 심지어 업무량이 많지 않아서 안 된다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문 정규직 전환율 2%라는 허망한 숫자가 나온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시혜’가 아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동조건은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주는 ‘특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여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힘써 일해 왔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그런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는 인천공항 노동자들에게 “선물을 가져왔다”고 표현하거나 ‘청년선호 일자리’는 경쟁채용을 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등 이 정책을 시혜성 정책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이나 공시생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들의 반발을 근거로 정책을 후퇴시키고 비정규직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정부는 지난해 7월20일 내놓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광범위한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정규직화가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해 놓았다. 공공기관들이 ‘진짜 정규직화’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상시업무 정규직화'가 원칙이라고 했으나 인천공항에서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로 후퇴했다. 코레일에서는 아무리 생명·안전업무를 하더라도 자회사 노동자는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 결과 인천공항만 보더라도 노동자들은 '정규직-무기계약직-자회사 노동자-용역노동자' 등 복잡하고 위계적인 고용형태에 시달리게 됐다. 이것은 왜곡된 고용형태를 바로잡은 것이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작은 창대했으나 결과는 초라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난 8개월 동안 중요한 점을 확인했다. “비정규직 확산은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상시업무는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공공부문 고용구조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비정규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규직화를 위한 중장기계획을 세우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논의기구를 만들자. 비틀린 정규직화 정책을 바로잡는 길은 지금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정규직화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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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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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소 2018-02-25 16:12:28

    파견용역 정규직화는 말뿐이다 실체가없다 자율적추진이 그이유이다   삭제

    • 오세중 2018-01-28 13:44:36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방향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하는건 아닌지..?

      상시,지속업무가 아닌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들에겐 ‘정규직화’보다 ‘정규직과의 차별’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요?

      노동자는 항상 회사에 묶여있어야하나요?
      자유롭게 회사를 옮길수 있어야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이직 과정에서 생기는 생계문제 등은 실업급여, 국민기본소득제 등으로 국가가 책임지면 되는거 아닌가요?

      ‘비정규직의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차별철폐’가 되어야하는거 아닌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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