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8.16 목 08:00
상단여백
HOME 정치ㆍ경제 정부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 봤더니] 처우개선 없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실화할 듯양대 노총, 표준임금체계 모델안 폐기 요구 … "평생 차별받으면서 살라는 건가?"
▲ 자료사진. <김학태 기자>

정부가 설계한 공공부문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등 5개 직종 표준임금체계(직무급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3천770원)을 기준임금으로 설정한 뒤 상하한 직무등급을 적용했다. 근속연수가 아닌 숙련도를 고려한 승급단계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도록 했다.

그런데 청소·경비직 직무등급은 최저등급인 1~2등급을 넘지 않는다. 15년 이상 일해도 기본급이 2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기존 임금수준이 표준임금체계보다 높은 경우 초반에는 이전 임금수준을 보장해 주다가 차별적인 임금인상률을 적용해 결국 표준임금체계 수준과 일치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노동계가 우려한 임금 하향평준화와 처우개선 없는 정규직화가 현실화한 셈이다. 정부는 노동계 협의를 거쳐 표준임금체계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대 노총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 청소·경비직 15년 넘게 일해도 기본급 200만원 안 돼=17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은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등 5개 직종을 우선대상으로 명시했다. 각 기관별 5개 전환 직종을 대상으로 '표준직무'를 분류하고, 각 직무 간 직무가치를 비교해 '직무등급체계'를 만들었다. 직무등급 숙련형성 정도에 따라 '승급단계'를 두고, 각 직무등급별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표준임금체계'를 만들었다.

예컨대 청소·경비·조리직은 각 2개 직무로, 시설관리·사무보조직은 각 3개 직무로 분류했다.

청소는 일반청소와 전문청소, 경비는 시설경비·전문경비, 조리는 조리원·조리사로 분류했다. 시설관리는 일반시설·종합시설·전문시설로, 사무보조는 단순사무보조·일반사무보조·행정사무보조로 나눴다.

직종에 관계없이 비교적 단순·반복적인 육체노동 직무는 직무등급 1로 봤다. 일반청소와 시설경비, 단순사무보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청소·전문경비·조리원·일반시설·일반사무보조는 직무등급 2로, 조리사와 종합시설·행정사무보조는 직무등급 3으로 봤다. 전문시설관리는 직무등급 4로 분류됐다.

각 직무등급 노동자들은 숙련도에 따라 해당 직무등급 내 상위등급으로 올라가도록 했는데, 최대 6단계를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2~4년, 마지막 6단계까지 가는 데 15년이 걸린다. 정년 60세 이후에는 숙련도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해 승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이런 표준임금체계를 적용한 장애인고용공단의 경우 1급 직무인 일반경비와 일반미화직들의 기본급이 164만8천원에서 시작한다. 공단에서 15년을 일해 6단계까지 가도 기본급은 181만3천원에 불과하다. 2급 직무로 분류된 일반시설정비직의 1단계 기본급은 173만1천원, 6단계 기본급은 194만5천원이다.

◇노동계 "표준임금체계 모델안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노동계는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이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한다"고 반발한다. 우문숙 민주노총 비정규전략국장은 "정부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제로 노동조건이나 지위에서 차별을 하고 있는데, 표준임금체계는 그런 차별을 고착시키는 것"이라며 "5개 업종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까지 폄하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우 국장은 "20년, 30년을 일해도 기본급 200만원도 받지 못하고, 평생을 차별받고 살라는 얘기"라며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직무에 대한 기준이나 내용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전무한 데다, 5개 직종의 직무가치 폄하가 심각하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아니라 임금수준에 대한 강제적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장 국장은 "저임금 개선과 직종별 동일노동 동일임금, 생활임금 확산, 차별해소에 대한 정부 의지가 사라졌다"며 "직무 당사자들이 참여한 협의자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지난해 12월과 이달 노동계를 만나 설명했는데 총론적인 부분에서 반대해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초안이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제기가 있으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임금체계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개별기관 단위에서 직무급제성격의 임금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가 협의를 거부하면 개별기관에서 알아서 직무급제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혜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