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중소상인들도 빵빵하게 잘 살아보자”며 중소상인이 만든 빵을 먹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최나영 기자>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6천470원에서 16.4% 오른 7천530원이다. 보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중소상인과 알바 노동자 간 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보수언론은 '중소상인의 한숨' '중소상인 울상'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 낸다.

과연 그럴까. 한쪽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중소상인들이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저임금보다 중소상공인을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높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물품폭리, 재벌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에 모인 중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근본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행위, 그리고 불균형적인 경제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카드수수료 1천800만원 절반만 줄여도”

이재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은 높은 카드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인 이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인건비 상승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카드수수료가 절반만 인하돼도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카드수수료(2.5%)로 1천800만원을 냈다. 또 해피포인트(적립카드)로 600만원을, 통신사 제휴로 1천200만원 가까이를 부담했다.

이 회장은 “카드수수료가 매일 2.5% 적용되는데 1년이면 912.5%가 적용되는 것”이라며 “카드수수료가 절반만 돼도 한 해 900만원을 절약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인 통신사들이 제휴서비스를 활용하면서도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홍진 길가맹거래사무소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주는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공산품이라도 본사에서 구매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당하는 구조”라며 “가맹점과 가맹본부 간 수익배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광 회장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개정됐지만 가맹점주는 여전히 협상요청권만 가지고 있는데 가맹본부가 무시해 버리면 제재할 수단이 없다”며 “가맹점주와 중소상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대료 동결하면 최저임금 20만원 인상 부담 거뜬"

중소상인을 가장 괴롭히는 요소는 예상대로 높은 임대료였다. 구자혁 맘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모임 상임활동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최대 임대료 상승률(연 9%)을 지키는 건물주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시설에 투자한 상인들은 건물주가 연 9% 이상 임대료를 강요해도 가게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넷 공동운영위원장은 “최대 임대료 상승률을 동결하면 임대료로 월 500만원을 내는 중소상인이 45만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년 대비 월 20만원 오르는 최저임금 지출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월 135만원, 올해 최저임금은 월 157만원이다.

구자혁 상임활동가는 “임대료가 동결된다면 최저임금이 오른 폭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특수관계법인을 설립할 때 시범적으로 임대료를 동결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5년인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9%에서 5%로 낮추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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