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일째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박준호 파인텍지회 조합원이 굴뚝 농성장에서 의료진과 상담하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본인들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고 괜찮다고 하지만 위장장애와 목·허리 디스크, 무엇보다 화병을 앓고 있다."

파인텍 고공농성자 두 명을 면담한 의료진의 진단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14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농성장 앞에서 굴뚝 고공농성자 건강 및 인권상황 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64일째 고성농성 중인 홍기탁·박준호 노조 파인텍지회 조합원들을 이날 오전 농성장에서 만난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오춘상 한의사(길벗한의사회)·홍종원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참석했다.

이들이 전한 75미터 고공농성장 상황은 암담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굴뚝이 크게 흔들려 어지럼이 유발되고, 천막 안은 이슬이 맺힌 탓에 물기로 축축했다. 바닥에서는 한기가 솟아올랐다. 동그란 굴뚝을 둘러싼 난간 형태이기 때문에 허리를 펴고 누울 수도 없다. 항상 구부정한 자세로 있어 근골격계질환이 심화하고 있다. 굴뚝 위까지 올라갈 때 35분, 내려올 때 5분가량 소요됐다.

홍종원 의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말로 현 상황을 갈음하겠다"며 "두 분의 목숨 건 투쟁이 널리 알려져 제발 빠른 시일 안에 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오춘상 한의사는 "목과 허리 디스크를 겪고 있고 근육량 감소와 위장장애가 나타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은 이들이 화병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라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싸움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걱정이 쌓여 마음의 상처가 돼 병이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조영선 사무총장은 "노사 간 문제를 넘어섰고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사태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회는 파인텍 사건에서 사용자들이 인권적 측면에서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 그 함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농성자가 건강하게 내려올 방안이 무엇인지, 관계기관과 협의할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농성자들은 파인텍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정리해고 노동악법 철폐, 헬조선을 만든 독점재벌·수구세력 해체를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차광호 지회 부지회장은 "파인텍 사태는 노사 합의사항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을 그대로 두고서는 제2의 파인텍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중 전화를 걸어온 농성자 홍기탁씨는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지만 새 일터라는 곳에 일거리는 없고 노조활동도 보장하지 않은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해 농성을 시작했다"며 "동지들의 연대 마음을 받아 위에서 끝까지 버티겠다"고 밝혔다.

파인텍은 옛 스타케미칼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해고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차광호 전 지회장이 408일간 고공농성을 한 끝에 해고노동자들과 스타플렉스는 노조·고용·단체협약 승계에 합의했다. 그런데 2016년 1월 가동을 시작한 파인텍은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다. 홍기탁·박준호 조합원은 같은해 11월12일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의료진이 64일째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지회 조합원의 건강과 인권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굴뚝 위로 올라가고 있다. <정택용 작가>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부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농성장 앞에서 열린 ‘굴뚝 고공농성자 건강 및 인권상황 보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택용 작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