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1일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며 “정부부처 간 논란은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연 3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권고 후속조치를 위한 간담회에서 나온 일부 논란을 노동부가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해 11월6~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UPR 심의에서 나온 권고에 대해 한국 정부가 유엔에 최종 입장을 보고하기에 앞서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ILO 핵심협약 비준 이외 노동 권고 다수 ‘수용’

법무부에 따르면 3차 UPR 심의에서 나온 권고는 218개다. 이 중 한국 정부는 △수용 85개 △불수용 3개 △수용 여부 미정 130개로 입장을 정한 상태다. 간담회에서 법무부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수용 입장을 밝힌 권고에는 대표적으로 ILO 핵심협약이 포함돼 있다. 한국 정부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핵심협약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3차 UPR 심의에서 우즈베키스탄·스페인·스웨덴·니카라과·우간다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권고했는데 우리 정부는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법무부는 덧붙여 “국정과제로 포함돼 있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련 국내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비준할 예정”이라는 의견 및 계획을 내놓았다.<표 참조>

이 밖에 △성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강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을 이행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개발 △활동가·노조 등 인권단체 대표 및 인권옹호자 국가권력 탄압 조사 △고용·임금에서 여성 비차별 보장 노력 △비정규직 격차해소 노력 지속 △이주노동자 차별방지·근로조건 향상·권리증진 등에 대해서도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이미 3차 UPR 심의 당시 한국 정부 입장으로 공식 전달됐다. 권고를 받으면 48시간 이내에 수용 또는 불수용, 수용 여부 미정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민주노총 “ILO 핵심협약 비준 이행계획 밝히길”

간담회는 주로 ‘수용 여부 미정’ 권고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ILO 핵심협약을 비롯한 노동이슈에 대한 권고는 대부분 ‘수용’에 포함된다. ‘수용 여부 미정’ 권고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민감한 이슈가 많다.

그런데 간담회에서 이미 수용 입장을 밝힌 ILO 핵심협약을 둘러싸고 중앙일보가 전교조·공무원노조 합법화와 관련됐다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아직 수용 입장이 결정되지 않은 것처럼 "검토 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는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일었다. 중앙일보는 간담회에 노동부가 불참한 것을 두고서도 법무부와 노동부 간 입장에 차이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1월 보고서 초안을 통해 이미 ILO 핵심협약 비준 권고 수용 등에 대한 입장을 유엔에 전달했고 이는 정부 입장”이라며 “노동부 입장을 기초로 법무부가 보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 부처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 가면서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위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미 수용 입장을 밝힌 권고라고 하더라도 노동부가 참석해서 ILO 핵심협약 비준 이행계획과 고용허가제 폐지 여부를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러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도 없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간담회에 청취한 의견을 토대로 2월 정부 최종보고서를 작성한 뒤 유엔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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