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한국 최초 배달음식은 조선시대 냉면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황윤석이 <이재난고>에 1768년 7월 “과거시험을 본 다음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고 썼다. 당시 궁중 고급요리 냉면이 양반층에 인기가 있어 배달이 시작된 듯하다. 이유원의 <임하필기>에는 순조 즉위(1800년) 초 군직과 선전관을 불러 달구경을 하다가 “냉면을 사 오라고 시켰다”고 기록돼 있다. 진주관아 기생들도 진주냉면을 배달시켜 먹었다고 한다.

근대에 들어 1906년 7월14일 일간신문 <만세보>에 첫 배달음식 광고가 실렸다. “각 단체의 회식이나 시내·외 관광, 회갑연과 관·혼례연 등 필요한 분량을 요청하시면 가까운 곳, 먼 곳을 가리지 않고 특별히 싼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기생요릿집 명월관이 낸 광고였다. 한정식 출장 뷔페였던 셈이다.

중일전쟁이 시작하던 37년에 우유가 대량 생산되면서 보급소를 통해 새벽배달을 시작했다. 한국야쿠르트는 71년 47명의 여성배달 종사자를 모집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1만3천여명까지 확대했다.

최근엔 스마트폰 온라인 주문이 활발해져 앱을 통한 배달대행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떠올랐다. 이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른다. 노동자도 아닌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플랫폼 배달노동자 A(21)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일하는데 콜이 많은 주말에 주로 일한다. 토·일요일 하루 10시간 일하는데 어떤 주말에는 많으면 70건을 배달한다. 1시간당 3.5건꼴로 배달하기에 1건당 평균 20분 안에 배달한다.

2011년 오토바이를 탄 배달노동자의 죽음 이후 프랜차이즈업계가 30분 배달제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30분보다 더 빠른 20분 배달제가 정착돼 있다. 이렇게 역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건당 수수료에 묶인 배달노동자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판매여성들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야쿠르트를 비롯해 배달노동자 대부분이 독립된 개인사업자지만 업무 배분이나 노동과정에서 업체 지시와 감독을 다반사로 받는다.

멀쩡한 노동자를 특수고용직으로 몰아 놓고, 사용자 책임은 피한 채 무한노동을 시키는 게 한국 사회인데, 조선일보는 이런 한국을 두고 ‘노조하기 최고인 나라’(2017년 12월23일자 사설)라고 몰아친다. 이런 언론에 대고 새 정권의 최저임금위원장이라는 작자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언론이 최저임금에 퍼붓는 저주는 언론의 정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조선일보는 1월8일자 1면에 <최저임금 뛰니 동네물가 뛴다>고 실은 뒤 3면에는 <“인건비 올랐는데 가격은 올리지 말라고? 우리만 망하란 건가”>라고 악다구니를 쳤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일제히 가격인상으로 대응하는 걸 나무라기는커녕, 그 모든 책임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꾸며 내는 신통한 재주를 지녔다.

오히려 단돈 100원도 손해 보지 않고, 10원도 더 부담하지 않겠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악덕을 비난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기사를 쏟아 낸다. 가격인상 선두주자로 나선 롯데리아와 KFC는 그저 그런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돈을 갈퀴로 긁어 가는 재벌 본사를 향한 분노는 아예 없다. 그들이 언론의 주요한 고객(광고주)이라서 그런가.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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