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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일에 대해 안다는 것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목이 너무 아픈데 이것도 산재인가요?” 몇 년 전 한 병원에서 ‘노동자 건강권’과 관련한 강의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던 중 다가온 간호사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병동에서 일을 하는데, 업무전화를 하면서 환자차트 등에 관련기록을 기입하다 보니 목과 어깨 사이에 수화기를 끼운 채 통화하게 되고, 이것이 빈번해지자 경추 디스크탈출 초기증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업무상 불안정한 자세가 반복되는 것이니 산재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작업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 작업방법을 바꾸는 것은 간단한 것인데, 업무전화를 안 받을 수 없는지라 송·수신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설치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간호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적이 당황했고 왜 그런지를 물었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가까운 사람도 그저 무시하기 일쑤였어요. 한 번도 산재일 수 있다고, 병원에 무엇을 바꿔 달라 해 보자고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녀는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이해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일을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몇 번을 얘기하고 병원 문을 나오면서도 그녀의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그러니까 제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하던 말이 가슴속에 남아 체증이 인다.

많은 이들이 타인의 일에 대해 잘 모른다. 안다고 해도 정작 알아야 하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인의 일을 안다는 것은 급여가 얼마인지, 해당 업무는 무엇을 생산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수행방법과 환경 그리고 이것이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이는 타인의 일 이전에 내 일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위험과 영향에 대한 섣부른 무시는 앞선 사연처럼 아픈 노동자를 고립시키고, 자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든 ‘나’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자신과 동료 또는 타인의 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사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정보는 제공돼야 하고 감수성은 훈련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성원 상호 간에 지지 고리가 될 것이고, 그 결과로 공동체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사업장 안전교육도 필요하지만, 이에 국한하지 않는 전 국민 대상 프로그램이면 좋겠고, 교육과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된다면 더욱더 좋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법·제도는 기본 토대를 갖추고 있다. 법적으로는 국민 안전교육 진흥 기본법(안전교육법)이 지난해 5월30일 시행됐다. 법에 의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5년마다 안전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소관사항에 관해 연도별 안전교육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중이용시설·사회복지시설과 의료기관 등의 장은 안전교육을 학생과 이용자에게 실시할 의무를 진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게 다양한 안전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보급해야 한다. 따라서 이 법을 잘만 운영한다면 굳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도 없다. 교육에 체계적인 ‘직업안전보건’ 내용을 넣어 각종 직업을 소개하고 위험과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전 국민이 자연스럽게 성장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의 일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 감수성을 길러 나가게 할 수 있다. 교육 내용과 인력이 필요하다면 지방자치단체·학교·안전보건공단·근로자건강센터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협업한다면 더욱 알찬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다.

김재광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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