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부모님께서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투표를 하는데 인력감축은 전혀 사소하지 않고 누군가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어른들이 그 절차를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가는 건 잘못된 것 같다.”

지난주 매일노동뉴스(1월5일자)에 <어느 아파트에 붙은 호소문 ‘경비인력 반대합니다’>에 보도된 뉴스다. 주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경비원 8명 중 2명을 해고한 것과 관련해 입주민 대학생 권혜진씨가 대자보로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예상은 했지만 최저임금 7천530원에 대한 저항이 크게 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사업자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일자리를 잃는 대학생들이 늘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휴게시간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취지의 기사가,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빼곡하다. 급기야 “대통령은 공약을 바꿔서라도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을 늦춰야 한다”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전년 대비 16.4% 오른 최저임금이 위와 같은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일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다양한 글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예가 영세점주(을)와 최저임금 노동자(을)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영세사업자를 임차인으로 두고 있는 건물주(갑) 내지 프랜차이즈 사업자(갑)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을과 을의 대결로 몰고 가서는 안 되고, 근본적인 원인은 갑들에게 있다”고 마무리한다. 충분히 동의한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논의됐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매년 되풀이되는 뻔한 반대 주장이고 일부 부작용이 예상됐음에도 왜 충분한 대비를 못한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돌아보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공약으로 개발했을 때부터 대안까지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나. 몇 번의 선거를 치를 때마다 주장한 공약임에도 촘촘한 실행계획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요컨대 최저임금 인상 문제의 경우 임금 왜곡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함께 해소해야 한다. 중층적인 임금사슬 구조 최상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의 5배 이상 임금을 누리는 사업장이 부지기수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 최하위 임금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또한 임금노동자의 변형일 뿐) 간 임금을 아무리 쪼갠들 해결책이 될 리 없지 않겠나.

예를 들어 ‘정규직 전환 프로그램’은 구조를 바로잡으면 최저임금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유명 제빵회사까지 정규직화 바람이 거세다. 정규직 전환 방식에 있어 상당한 논란이 있지만, 정규직화 흐름이 없었다면 비정규직 일자리 대부분은 여전히 최저임금 일자리로 남아 있을 테고 을과 을의 조장된 갈등이 일어났을 게 분명하다. 보다시피 적어도 위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노동조건, 다시 말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매우 바람직한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 사용자의 평균수익은 노동자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인터뷰에 등장하는 이들의 월수익은 2018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150여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최저임금도 책임지지 못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공적이 돼 버린, 못난 자영업자로 전락한 원인은 뭘까. 원인을 공부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3만달러는 1인당 국민소득이어야 한다. 3인 가족이면 연간 9만달러, 환산하면 무려 1억원에 이른다. 둘째, 그럼에도 임금노동자(자영업자 포함)의 절반 가량이 월 2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는 자본 편이다. 셋째, 아직도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한다.

현재의 노동불평등 원인을 분배정책 실패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동의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위와 같은 자영업자 허울을 쓴 임금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분배란 언제 찾아올 지 모를 백마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로의 전직을 돕는 정책이 아닐까. 새로운 노동과 노동자 사이의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정책을 과감히 시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굳이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정부와 우리 사회의 책무다. 욕심을 낸다면, 우리의 마음가짐까지 더했으면 한다.

"관리비 상승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보금자리가 지금과 같은 쾌적함과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결코 아깝지 않은 분담(6천원)이라고 생각한다.”

권혜진씨의 발언이다. 권혜진의 말처럼 ‘우리’ ‘함께’ ‘더불어 살자’는 생각을 모으는 게 먼저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