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회장과 자사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거액의 광고비를 집행해 언론 길들이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노조는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노조는 10일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삭제하거나 기사 내용과 제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한 하나금융지주를 조사해 달라는 조사요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제출한 조사요구서에 적시된 보도통제 사례는 충격적이다. 하나금융지주와 계열사 관련 기사가 삭제되거나 제목이 변경된 사례는 아주 평범한 사건에 불과하다. 언론사 사무실이나 기자가 취재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기사 내용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에게 금품이나 하나금융지주 일자리 제공 등의 방법으로 회유한 사례도 있다.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는 지난해 집행된 하나금융지주 광고비 현황에서 유추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지출한 광고비 중 신문광고비는 227억원이다. 2016년 17억원에 불과하던 것에서 무려 13배 이상 급증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는 김정태 회장이 3연임 준비를 본격화하던 시기였고 최순실과 관련한 특혜인사와 각종 비위 의혹이 쏟아졌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3연임 비판기사 삭제와 홍보기사 게재가 많았던 것에 비춰 봤을 때 광고비가 비판언론 통제에 사용됐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요청서에서 "KEB하나은행의 광고비를 하나금융지주 혹은 김정태 회장에 대한 비판언론 통제에 사용한 점, 대부분의 광고비가 김정태 회장 연임을 위해 지출된 점, 비판언론 통제방법이 사회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방법에 의한 점 등은 금권을 이용한 명백한 언론탄압에 해당한다"며 "KEB하나은행의 광고비 사용내역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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