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생산·판매업체 형지에스콰이아가 마지막 남은 생산라인인 성남공장을 매각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 악화”를 정리해고 이유로 들고 있지만 노조는 “적자 폭이 줄고 있는 데다 부채도 전액 상환했다”며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도 없이 정리해고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만 밟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 “의견 청취한다더니 정리해고 통보”

8일 노동계에 따르면 형지에스콰이아는 지난달 15일 노사협의회를 열고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다. 에스콰이아노조(위원장 방재웅)는 노사협의회 하루 전날 참석 요청 공문을 받았다.

회사는 노사협의회에서 “구조조정(경영상 해고 통보)은 회사가 신중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임시 노사협의회(1차) 협의사항’ 문건을 공지하면서 “좋은 일은 아닌 만큼 아픔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경영정상화를 앞당겨야 함을 이해해 달라”며 “협력업체와 접촉해 성남공장을 매각 또는 분사해 경영상 해고를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회사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조에 보낸 노사협의회 참석 요청 공문에서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 설명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을 안건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노조와도 회사 경영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경영정상화와 관련된 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노조는 “노조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노사협의회 참석을 요청한 것과 달리 회사는 첫 회의에서 해고를 통보했다”며 “일방적인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하며 이후 노사협의회 참석은 거부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노사협의회에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생산라인인 성남공장(30명) 매각과 BA(잡화·15명), 개발팀(9명) 감축 의사를 밝혔다. 현재 회사는 성남공장 매각을 위해 협력업체 두 곳과 논의 중에 있다. 성남공장 정리해고 인원의 절반인 15명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업체도 있다. 회사는 매각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전환배치와 협력사 채용알선 등의 해고회피 노력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2012년 24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던 일을 겪은 노동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희망퇴직 당시 여성화 생산라인이 정리된 후 현재 남성화 생산라인인 성남공장만 남은 상태다. 회사는 성남공장 매각 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원가를 낮춰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거부, 노동부에 고소”

30년간 무분규 사업장이던 에스콰이아는 2015년 형지엘리트가 회사를 인수한 전후를 기점으로 노사 갈등을 겪었다. 노사는 지난해 “협력적 관계를 맺어 보자”며 정부가 운영하는 노사파트너십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노조는 임금 결정권까지 회사에 위임했다. 그렇게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한 지 45일 만에 정리해고를 통보받았다.

방재웅 위원장은 “회사가 적자상태이긴 했지만 2년반 만에 매출이 증가했고, 지난해 11월 부채도 모두 상환했다”고 주장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지난해 11월2일 직원들에게 “오늘은 뜻깊은 날”이라며 “(형지)엘리트가 에스콰이아 인수 과정에서 차입했던 450억원을 모두 상환한 날”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 회장은 “가족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이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제화명가 에스콰이아의 위대한 부활에 직접 나서고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는 정리해고 수순 쌓기용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했다”며 2018년 임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불과 2개월 전에 2017년 임단협을 체결했다”며 “무리하게 임단협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 구조조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는 지난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방재웅 위원장은 “정리해고는 구조조정의 최후 선택지여야 하지만 회사는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공장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며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면 전체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만 조합원이 많은 생산라인을 타깃으로 삼은 것과 지난해 본사가 50여명을 신규채용한 점을 놓고 볼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형지에스콰이아 관계자는 “정리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노조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지난 5일 대표이사가 직접 성남공장을 방문해 경영상황과 매각 추진상황 등을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형지엘리트가 에스콰이아를 인수한 후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아직 200억원의 부채가 남아 있는 데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성남공장은 경쟁력을 찾을 수 없어 협력업체를 통해 매각을 추진 중이며, 최대한 많은 인력의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섭을 회피했다는 주장에는 “지난해 10월30일 임단협을 체결했는데 두 달도 채 안 돼 교섭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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