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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용역노동자 정규직화 어디까지 왔나] 정년·처우 두고 노사 ‘팽팽’ 협의기구 구성 늦어져노조 “전북대처럼 고용 안정되지만 노동조건 후퇴할 수도”
   
▲ 민주일반연맹 전북본부

“대학이 개별 면담으로 회유해 어쩔 수 없이 합의했지만 기존보다 못한 안이죠. 이건.”

전북대가 ‘국공립대 1호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 대학’으로 최근 화제가 됐다. 하지만 1호 정규직 전환이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용안정은 이뤘지만 노동조건이 외려 후퇴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7개 국공립대는 '눈치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일부는 해가 지나도록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하지 않은 채 전환규모와 노동조건을 저울질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반년이 지났다. 대학 용역노동자들은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대학 용역노동자 정규직화 상황과 쟁점을 <매일노동뉴스>가 짚어 봤다.

◇늦어지는 협의기구 구성, 대학도 이유는 있다?=국공립대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다른 부문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단계 전환 대상이지만 해를 넘기도록 58개 국공립대 중 전북대 단 한 곳만 전환방안을 확정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대학측이 설명하는 사유에 근거는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 시점을 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때로 정하고 있다. 대학들은 용역계약 종료시점이 회계연도와 연동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 안팎에서 “용역계약 종료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 정규직 전환 결정이 지연되는 것”이라며 “상반기 안에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노동계 입장은 다르다. 협의기구라도 미리 구성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하다못해 협의 계획이라도 노동자에게 알려 달라고 요구한다. 최선윤 경남일반노조 서부지부장은 “지난해 8월 노조 질의에 경상대가 협의기구를 꾸리겠다고 답했지만 그 뒤 소식이 없다”며 “올해 4월 계약 종료 전에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하는데 대학이 어떤 계획도 밝히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용역업체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정규직 전환을 미룬 대학도 있다. 제주대가 그중 하나다. 제주대는 지난해 말 계약을 종료했는데, 협의기구 근로자대표만 뽑고 실질적인 협의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제주대 관계자는 “정부 표준임금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표준임금안을 내놓기로 했는데, 아직 시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부 표준임금안 가안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표준임금안 가안이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고 정규직과의 임금차별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기호 민주일반연맹 대학청소·시설노동자 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우선 정규직으로 전환한 다음 처우를 논의해 소급해서 적용하거나 가이드라인 복리후생적 항목을 참고해 처우를 정할 수도 있다”며 “아무것도 안 하고 정부 부처 안만 기다리는 것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65세 정년 적용하면 지금 당장 퇴출”=국공립대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에서 또 다른 쟁점은 정년 규정이다. 대학 용역노동자 중 상당수가 60세 이상 고령자인데, 공공기관 정규직 법정 정년이 60세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청소 용역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9.7세다. 60세 정년 또는 출생연도별 차등 적용을 제시하는 대학과 65세 또는 65세 이상 정년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이 맞선다.

전북대도 정년 규정으로 노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전북대는 정년을 출생연도에 따라 60~65세까지 차등해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은 65세 정년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다 결국 대학 안에 합의했다. 최기호 집행위원장은 “대학이 뒤늦게 협의기구를 구성한 뒤 정규직 전환 시점까지 시간이 없다며 서명을 강요했다”며 “어쩔 수 없이 합의했지만 기존보다 후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국공립대 노사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실제 서울대에서는 3차까지 개최한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정년 규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대의 경우 65세 이상 노동자가 상당수다. 현행 정년은 사실상 68세(정년 65세+촉탁직 3년)까지다. 최분조 서울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울대 청소·경비 용역노동자는 60세 이상이 70%, 65세 이상이 5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65세 정년을 시행하면 나부터 일을 못한다”며 “정년 65세는 절대 안 되고, 적어도 현행 정년은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선윤 지부장은 “경상대가 협의할 때 정년을 60세로 제시하면 큰 싸움이 날 것”이라며 “60~65세까지 차등해서 적용하는 것도 기존보다 노동조건이 저하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고령 친화 직종인 청소·경비 종사자 정년을 65세로 권고하고, 65세 이후에는 평가를 거쳐 1년 단위 기간제 형태로 고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고용안정만 되면 끝?=정규직 전환 뒤 처우는 어떻게 될까.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노동자들의 기대감과 대학 재정부담 사이에 긴장감이 크다.

전북대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못 미치는 안에 합의해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일반연맹에 따르면 현행 급여체계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 16.4%를 적용하면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월 27만원이 인상된다. 하지만 전북대는 지난해 대비 월 3만2천원만 인상되는 안을 내놓았다. 대학이 기존 임금체계에서 상여금·하계휴가비·근속수당을 전액 삭감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한 탓이다. 최기호 집행위원장은 “차라리 용역에 남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시중노임단가를 적용받았다면 더 많은 금액을 받았을 것”이라며 “다른 대학들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고 임금총액만 조금 높이는 안을 제시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학은 재정부담을 호소한다. 제주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주요 수입원인데 매년 똑같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며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재정적)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최기호 집행위원장은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용역업체 이윤 등 절감재원은 전환 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절감재원으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면 되는데 돈을 남기려다 보니 재정이 부족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맹 전북본부에 의하면 전북대가 직접고용으로 절감하는 예산은 2015년 용역원가를 기준으로 연간 7억7천만원이다. 전북본부는 “전북대가 절감예산의 극히 일부인 4천만원 정도만 처우개선에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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