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출범한 고용노동행정 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가 적폐청산을 위해 고용노동행정 전반을 조사한다. 2대 지침과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산업안전·노동자 블랙리스트처럼 현장에서 논란이 된 분야가 대상이다. 개혁위 권고에 따라 정부와 비정규 노동단체가 정례협의도 한다.

비정규 노동단체와 정례협의 권고

고용노동행정 개혁위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뒤 노사단체 현장간담회, 고용노동행정 개혁신문고 제안접수 결과를 반영해 조사과제 15개를 발굴해 조사에 착수한다”고 7일 밝혔다.

개혁위는 △노동행정 △근로감독 △노사관계 △산업안전 △권력개입·외압방지 분야로 나눠 조사한다. 과제별 전담위원을 지정해 자료검토와 관계자 조사를 한 뒤 개혁방안을 마련해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할 예정이다. 조치가 시급하거나 파급력이 큰 과제는 수시로 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대책을 권고할 방침이다.

개혁위는 이날 첫 번째 대책을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미조직 취약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비정규 노동단체 대표와의 정례적인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다. 노동부·산하기관 퇴직자들이 고용노동행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파견과 직장내 괴롭힘·폭언·감시 같은 일터 인권침해 관행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불법파견·노조파괴·위험 외주화에 '메스'

개혁위는 지금은 폐기된 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은 물론 시행규칙·시행령 등 “법률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각종 행정입법의 절차적 문제점과 실태를 파헤친다. 산하·소속기관 평가제도와 민간위탁·연구용역 문제점, 고용노동통계 실태와 문제점에도 메스를 들이댄다. 연구용역과 관련해 이전 정부에서 지나친 혜택을 받은 화이트리스트 명단이 확인될지 주목된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과 신고사건 처리절차를 비롯한 근로감독 행정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가 예정돼 있다. 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는데도 고소사건 처리를 지연하거나 시정명령을 하지 않은 사례에 집중한다. 시화공단 같은 중소규모 사업장 불법파견 문제 개선도 추진한다.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집단노사관계 제도와 현장 부당행위도 조사 대상이다.

개혁위는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한 노조 설립신고 제도와 전교조·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 처분, 단체협약 시정명령, 특수고용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기준과 관련해 문제점을 파악한 뒤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할 예정이다.

사용자의 노조무력화 시도로 논란이 된 사건을 지연하거나 부당하게 처리한 노동부 행정이 도마에 오른다. 노동위원회도 개혁위 칼날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심판·차별시정 제도 문제점, 공익위원 선정방식, 노동위 외압시도를 조사한다.

산업안전 분야는 주요 조사 대상이다. 산업안전감독과 산재예방행정 전문성, 도급업체 산재예방에 대한 노동부 행정실태,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안을 마련한다.

‘노사정 합의 돈줄 조이기’ 의혹도 조사

특히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시장 구조개선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의혹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부당하게 홍보사업비를 지출하고, 비선기구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단체 지원금 지급을 지연해 한국노총에 노사정 합의를 압박했는지, 박근혜 정부 실세가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제2 잡월드 설립 과정도 개혁위 조사 대상이다. 노동계 사찰이나 블랙리스트 작성 여부 확인도 주목된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과제별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결과와 권고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조사를 무한정 연장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행정 개혁위의 1차 활동시한은 6개월이지만 무한정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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