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NC노조

페로니켈을 생산·판매하는 포스코 계열사 에스엔엔씨(SNNC)가 노조를 결성한 노동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간부 집으로 찾아가 설립신고를 취소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조에서 탈퇴시키려고 전 직원을 상대로 면담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도 넘은 에스엔엔씨 부당노동행위의 숙주는 포스코 무노조 경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설립신고서 빼 오면 징계 않겠다?

4일 SNNC노조(위원장 백성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회사는 노조간부들을 회유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9일 강아무개 공장장은 노조 회계감사인 김정수씨와 독대한 자리에서 “(노조설립에 가담한 것) 후회 안 해? 거기 놀아나지 말라”며 “네가 무슨 독립운동 하냐? 민주화(운동) 하냐? 후회하지마”라며 협박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강 공장장은 김씨가 노조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 가족을 운운하며 “아버지도 (노조하는 것) 알아? 마누라 알아, 몰라?”라고 다그쳤다. 김씨가 “집사람은 알고 있다”고 답하자 “내가 다시 한 번 (확인)해볼까? 제대로 알고 있는지?”라며 겁박했다. 강 공장장은 “네 울타리는 회사”라며 “회사가 네 인생을 (책임)지지, 네 주위에서 사귄 걔들은 언제든 떠나면 끝이야. 시간이 있어, (탈퇴) 못할 거 뭐 있어”라는 말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백성완 위원장을 포함해 노동자 4명은 같은달 25일 광양시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회사는 공개된 노조간부 4명을 집중적으로 회유했다. 한 공장장은 “시청에 들어가 있는 노조 설립신고 서류를 빼 오면 간부 4명 누구도 징계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공장장과 부공장장, 생산설비 실장이 중심이 돼 노조간부들을 만났고, 근무시간은 물론 퇴근 이후에도 자택으로 찾아와 노조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자택 벨을 누르고 나오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전화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녹취록에도 나와 있다. 강 공장장은 김씨가 휴일에 낚시하러 간다고 하자 “너 오늘 어디 가냐, 누구랑 가냐”며 “피하는 거야? 내일 그러면 전화 받으라”며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캐물었다.

노조 설립신고증이 나오기 직전까지 간부들을 압박하던 회사는 설립신고증이 나온 11월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 조합원 A씨는 “한 번도 없던 상무·사장 간담회가 부서별로 열렸다”며 “노조 가입 사실을 알리자 교대제에서 상주근무로 변경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합원 B씨는 “11월 초부터 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한 12월 중순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집중면담이 진행됐다”며 “공장장과 부공장장이 돌아가면서 주로 면담했고, 노조에 가입하면 안 좋다는 식으로 말하며 압력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회사가 직원 탈퇴 설득하라는데 법적 문제 없냐?”

회사가 회유 작업을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종덕 금속노련 노사대책실장은 “지난해 경남지역에 있는 한 노조에 갔다가 에스엔엔씨 소식을 들었다”며 “해당 노조간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에스엔엔씨 관리자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종덕 실장에 따르면 에스엔엔씨 관리자는 “(회사가 직원들을) 편한 곳으로 불러 탈퇴를 설득하라고 지시했는데, 법적인 문제가 있느냐”고 문의했다. 전 실장은 “교섭위원 상견례에서 회유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사장은 ‘노무관리가 부공장장 본연의 업무’라고 답했다”고 비판했다.

김홍수 에스엔엔씨 사장은 지난해 11월23일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노조에 가입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법적으로는 노조할 권리가 보장돼 있으니 어떻게 말할 수는 없지만, 노사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간부 징계도 이어졌다. 백성완 위원장은 노조 성명서를 공장에 붙였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를 받았고, 부위원장과 교육부장은 근무지 이탈과 허위사실 유포로 감봉을, 개선과제리더 업무를 하던 사무국장은 홀로 팀장방으로 근무장소가 옮겨졌다. 조직부장은 교대근무에서 상주근무로 근무형태가 변경돼 급여가 70만원가량 줄었다.

노조는 지난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부당노동행위 실태를 진정하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했다. 현재 노사는 노조 사무국장 감시 관련 진정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보름간 집중교섭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에스엔엔씨 관계자는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노조설립을 막은 적도 없고 직원 면담을 통해 탈퇴를 회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수지청에 넣은 진정건을 노조가 5일 취하할 예정”이라며 “상호 간에 오해가 있었고, 노조간부 징계건도 본교섭 때 협의를 통해 취하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취록과 관련해서는 “(공장장이) 개인적으로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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