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대상판결 : 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해고무효확인


1. 사건 개요

이 사건 노동자들(원고들)은 김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었다. 김천시립교향악단은 김천시(피고)가 ‘김천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에 따라 2004년 12월1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김천시립예술단 소속이다. 길게는 예술단 설치 때부터 김천시와 2년 단위로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평정을 거쳐 재위촉돼 왔다. 기존 단원들에 대해 김천시가 재위촉을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중 김천시는 2011년 단원을 위촉하면서 기존 단원들에 대해 재위촉전형을 하지 않고 신규전형을 통해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2011년 1월 공개전형을 실시했다. 공개전형에는 총 127명이 응시했는데 기존 단원들은 59명 중 54명이 응시했다. 전형 결과 합격자는 총 47명이었고 응시한 기존 단원 중 합격자는 26명이었다. 김천시는 2011년 2월1일 47명의 합격자에 대해 2년 기간의 단원으로 위촉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단원 28명은 해촉됐고, 이 중 26명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김천시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거절을 했으므로 부당해고라고 판정(2011.5.9. 경북2011부해135~160 병합)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서 초심 판정을 취소했다(2011.8.16. 중앙2011부해513). 이들은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행정법원은 기각판결했으나 고등법원은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대법원 역시 고등법원과 같은 취지로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는 재처분을 하게 되는데 애초 재심판정은 근로자성을 부정했던 것이고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재심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중노위는 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갱신거절의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재처분을 했다. 이 재처분에 대해 노동자들이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2015.5.15. 선고 2015누30533 판결)은 중노위와 같은 판단하에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갱신거절의 합리성이 없다며 부당해고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본 판례리뷰 대상은 바로 이 대법원 판결이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유

1)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기간의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은 당연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각종 규정에서 갱신과 관련된 내용을 두고 있거나 규정이 없더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이른바 ‘갱신기대권’ 법리는 이제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로 자리 잡혀 있다(대법원 2007.10.11. 선고 2007두11566판결 등 다수).

이 사건의 경우 ① 피고의 조례에서 재위촉을 위한 요건 및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원고들을 평정 결과에 따라 2년마다 재위촉해 온 점 ③ 이 사건 이전까지 재위촉을 거부당한 사람은 없었던 점 ④ 평정 결과에 따라 해촉이 가능하다고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따라 중앙노동위·행정법원·고등법원 모두 이 사건 노동자들의 갱신기대권은 인정했다.

2) 갱신거절의 합리성 유무

따라서 이 사건은 사용자의 갱신거절에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었고 대법원은 이에 대해 중요한 몇 가지의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될 때에는 ①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② 사업장 여건 ③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④ 근로계약 체결 경위 ⑤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⑥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번호는 필자가 부여. 이하 동일)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춰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고, 그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해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해 선발돼야만 계약 갱신을 해 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봤고, 이에 대해서는 “①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②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③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④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⑤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3. 판결의 시사점

‘갱신기대권’ 법리는 지난 약 10년간의 판례 축적을 통해 법원의 일관된 입장으로 정착해 왔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갱신거절의 합리성이 없는 경우 부당해고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2년을 초과하는 갱신기대권(이른바 ‘정규직전환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함으로써 논란을 정리했다(대법원 2016.11.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또한 이 사건처럼 기간제법상 기간제한 예외 대상인 경우에는 갱신기대권 법리가 논란 없이 유효했고 최근 대법원은 정년을 도과한 기간제 노동자의 갱신기대권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두50563 판결).

이렇게 갱신기대권 법리는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기간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호하는 법리로서 기능해 왔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제정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의 금지’를 변함없는 대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정신에 비춰 보면 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한 경우에도 그 기간의 정함에 정당성이 없는 한 계약해지(해고)를 허용하지 말아야 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시·지속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법 개정이 정답이겠으나 그 전까지 사실상 유일한 기간제 노동자 고용보호의 장치로서 갱신기대권 법리는 더욱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갱신기대권 인정 유무와 관련한 판단기준은 판례를 통해 일정한 정리가 돼 왔으나 그에 비해 갱신거절의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은 판례를 통해 제대로 형성돼 있지는 못하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무엇보다도 갱신거절의 합리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해 갱신기대권 법리를 더욱 발전시킨 판결이라는 의미가 크다. 또한 갱신거절의 합리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기존의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계약갱신이 아니라 공개채용절차로 전환해서 대규모 갱신거절이 이뤄질 경우의 합리성 유무에 대해 처음으로 판단기준을 제시한 판결이 아닌가 한다. 이 부분은 특히 정리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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