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을 '휴일을 제외한 5일'로 보고 최장 68시간까지 근무를 시켜도 된다는 내용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늦으면 5월까지 살아남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해당 행정해석 폐기를 공언해 왔다.

그런데 노동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더라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확정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회가 2017년 근로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폐기하겠다던 발언이 자꾸 바뀌고 있다.

노동부 "행정해석 폐기, 국회·대법원 지켜봐야"

2일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근로시간단축 관련 정부 방침은 입법을 기다리는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입법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해석을 변경하거나 폐기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이 안 되더라도 사법부 판단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기다렸다가 조치를 취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휴일근무시 수당을 중복할증할지 여부를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선고는 통상 공개변론 후 3개월 이내에 내려진다. 노동부 얘기는 2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에 실패하더라도 "행정해석 폐기는 없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행정해석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이후에는 국회 입법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만약 (근기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2017년이 가기 전에 근기법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노동계 "대통령 약속 어디 갔나"

12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안 처리는 실패했다. 발언대로라면 정부는 행정해석 폐기를 준비해야 하지만 오히려 폐기 일정 유예를 공식화하고 있다. 국회 핑계, 사법부 핑계로 시간을 보내는 모양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근기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커 2월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국제행사 일정과도 겹친다.

법원은 명확히 1주일을 7일로 보고 있다. 다만 휴일 연장근로를 할 때 수당을 중복해 줄 것인지를 두고는 판결이 엇갈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쟁점도 중복할증으로 모일 전망이다. 중복할증을 놓고 결정을 못하는 입법부도, 행정부도 사법부에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정부가 재계와 야당 눈치를 보면서 사실상 행정해석 폐기 포기선언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는 것은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정해석을 폐기한 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현행 행정해석을 인정하는 쪽으로 판결할 경우 정부는 폐기한 행정해석을 다시 되살려야 하고 현장은 혼란을 겪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전원합의체 판결을 행정해석 폐기 시기로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행정해석 폐기를 포기했다"고 여겼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행정해석 폐기는 아예 포기한 것 같다"며 "노동시간단축을 단계별로 시행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것이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정부가 행정해석을 폐기했을 때 받게 될 재계 반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노총이 맺은 정책연대협약에서도 출범 초기에 위법한 행정지침을 폐기한다고 약속한 만큼 잘못된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이후 대책을 수립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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