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수준을 올리고 지급기간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실업급여 하한액을 인하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90%에서 80%로 내리나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2일 논평을 내고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한 노동부 제도개선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하겠다는 계획은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부가 지난달 28일 입법예고한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과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수준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오른다. 지급기간은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어난다. 30세 미만 실직자는 30세 이상보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30일 이상 짧은데, 이런 구분도 폐지한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실업급여 지급기준을 완화된다. 이직 전 18개월 이내에 180일 이상 일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는데, 법이 개정되면 24개월 안에 180일을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실업급여 보장성을 대폭 강화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최저임금의 9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8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 “재취업 의지 떨어뜨리고 재정부담 크다”
노동계·시민단체 “박근혜 정부 시절 개악안”


하한액 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당시와 달리 최저임금액 상승 폭이 커지면서 하한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업자들이 실업급여 수급기간에 재취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하한액이 높다 보니 노력하지 않는 사례가 많고,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면 재정부담이 커서 하한액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하한액이 인하해도 지급액과 지급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업급여 총액이 낮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노동계나 시민단체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06년 40%대였던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 수급자는 꾸준히 증가해 2015년 69.7%까지 늘어났다. 하한액을 적용받을 정도로 평균임금이 적은 노동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하한액을 줄이면 실업기간 동안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하한액이 높아 실업자의 재취업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하지만 고작 3~6개월 실업급여 때문에 취업기회를 저버린다는 것은 기우일 뿐이고 통계로 입증된 적도 없다”며 “오히려 안정적인 실업급여 지급이 좋은 일자리로의 재취업을 돕는다”고 반박했다.

“고용보험제도 설계 다시 해야”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노동시장 구조개혁 일환으로 추진했다. 노동계는 물론이고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개악안"이라고 반발했다. 그랬던 문재인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를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노동계 입장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만 추진하고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해 하한액은 인하하지 않거나 추후에 논의하자고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주장했지만 표결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상한액이나 하한액에 대한 논쟁보다는 실업급여 제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팀장은 “상한액은 고정하고 하한액은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이런 논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실업자 생계보장과 구직활동 보장이라는 취지에 맞게 제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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