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준형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A라는 18세 노동자는 집 근처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배달 업무를 하기로 하고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유난히 길이 미끄러웠던 지난해 10월 어느 날, 배달하던 도중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 사장은 헬멧을 쓰지 않고 무리하게 과속으로 운행한 A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결국 산재로 인정받았다.

프랜차이즈 사장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배달대행업체’를 만들고 사업자등록을 한 청소년 노동자들을 고용해 가게에 주문이 오면 이들에게 배달을 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A와 같이 배달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사회에서 청소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모습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청소년이 일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회생활 경험이 없고 미숙하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잔뜩 주눅 들어 있는 청소년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그들이 놓칠 리 없다. 청소년들의 미숙함을 매번 혼내면서 각종 노동법령을 위반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청소년 노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들에게 ‘첫 노동’이기 때문이다. 노동법령을 알고 있음에도 현실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와 인권은 내팽개쳐진 채 시장논리로만 흘러가는 사회를 경험하게 된 청소년들이 추후에 노동자로서의 삶에서 권리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일을 경험·목격할 때 이의제기를 할 수 있을까. 굴복과 굴종의 삶으로 평생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일을 우리 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에서부터 노동인권교육을 의무화해 권리찾기에 주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이유는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노동인권교육을 받고 권리의식을 함양해 부조리한 상황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자는 것이다.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충남에서는 노동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 주는 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여름 개소했다. 청소년들이 함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개소 이후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권리찾기에 나섰고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그들의 친구가 돼 함께 싸워 줬다. 권리구제로 받게 된 몇 푼의 돈보다 노동에 대한 가치와 권리의식을 갖게 된 것이 그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런데 충남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 주던 친구가 사라져 버렸다. 충청남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장기승)가 센터 위탁을 취소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소한 지 6개월 만에 충남지역 청소년들의 친구를 없애 버렸다. 아무런 이유도 내놓지 않았다. 최근 장기승 위원장 명의 현수막에서 센터 폐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충남지역 청소년 60만명의 노동인권 향상을 위해 쓰는 예산이 그들에게는 예산 낭비다. 청소년 1명당 1년 800원의 예산이 청소년을 사랑한다고 외치던 도의원에게는 한낱 예산 낭비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그들은 충남지역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을 걷어차 버렸다.

헌법 32조5항에서 연소자 노동은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연소자 노동을 특별히 착취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교육위가 여기에 더해 청소년 노동자의 첫 노동을 굴복시켜 패배주의에 젖은 노동자로 살아갈 계기를 특별히 하나 더 만들어 줬다. 제발 부끄러운 줄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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