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전문가 100명이 뽑은 올해 주목할 노동뉴스는 노동시간단축이었다. 312건의 응답 중 72표였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 합의에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불발하면서 노동시간단축이 새해 최대 노동이슈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게다가 이달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휴일근무시 수당 중복할증 여부에 관한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은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 번 근기법 개정안 합의처리를 시도한다. 그런데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홍영표 환노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복할증 적용을 유예하고 휴게·근로시간 특례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2월 국회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 내부 설득도 쉽지 않다. 노동계와 여당 일부 의원, 정의당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와 특례업종 문제를 연계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은 “간사합의안에 대해 여당 내부 정리부터 하라”고 버티고 있다. 2021년부터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 주 52시간 전면 적용과 중복할증 미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간사합의안을 받아들이든지, 폐기하든지 당론부터 정하라는 뜻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어수선한 국내 분위기와 정부 업무보고 일정을 감안하면 2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하루 이틀 만에 법안심사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월 국회 처리마저 불발한다면 근기법 개정을 통한 노동시간단축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3~4월께 나오고,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관련 행정해석 폐기 내지 변경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최저임금 1만원,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질까
성과연봉제 대체할 공공기관 임금체계는?


최저임금은 한 해도 거스르지 않고 노동계와 재계가 동시에 주목하는 이슈다. 66표로 2위를 차지했다. 2016년과 지난해에도 새해 주목할 노동이슈로 선정됐는데 당시 7위와 3위였다.

올해 최저임금은 7천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올랐다.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재계 주장이 만만찮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조하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위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최저임금위 제도개선 논의, 이어질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도 큰 폭으로 인상될지 관심이다.

최저임금을 주목할 이슈로 꼽은 한 여당 의원은 “단기간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과 같이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이맘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가 주요 노동이슈였다. 올해도 임금체계 개편은 주목해야 할 노동현안이다. 노사정·전문가 11명이 지목해 6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공공기관 임금체계로 직무·성과급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 관련 연구용역이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과는 3월에 나온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공공노련이 지난달 개최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모색방안’ 토론회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연구원 관계자의 발제가 관심을 모았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직급으로 분류해 직급별 임금구간을 정한 뒤 같은 직급이라도 업무의 가치, 업무수행 능력,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도록 한 ‘승급형 직무급제’를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직무급과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호봉급 이외의 임금체계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단계에서 성과급적 요소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공공부문을 포함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도 많은 표가 몰렸다. 51표로 3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2017년 10대 노동뉴스’에서도 3위에 올랐다. 지난해처럼 정규직 전환 규모와 방식을 놓고 갈등이 예상됨과 동시에 기대도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해 목표로 했던 7만4천명 정규직화를 포함해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단계(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3단계(일부 민간위탁기관) 정규직 전환 기준을 마련한다. 올해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차별시정제도 전면개편에 나설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사회적 대화 복원, 노조할 권리 확대 전망은?

새해에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포함해 노사정 대화 향방(4위·24표)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초청 노동계와의 대화에서 한국노총이 제안한 8자 회의를 사실상 수용했다. 지난달 공공상생연대기금 청와대 초청행사에서도 “사회적 대화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참여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김명환 집행부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참여하는 대화에 부정적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이 연말특사에서 배제되고 이영주 전 사무총장이 구속된 것도 노정관계 또는 노사정 대화 복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공무원노조·특수고용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할 조치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조할 권리 확대’가 17표로 5위에 올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기본권 보호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인데 2018년 노동현안에서 가장 주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특수고용직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설문조사 참여자들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설립 10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전교조·공무원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기본권 문제와 밀접한 ‘ILO 핵심협약 비준’이 공동 9위(3표)를 차지했다.

불법파견 후속대책·직장갑질 이슈 계속될 듯

일자리 이슈도 순위권에 올랐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파리바게뜨 등 불법파견 문제 해결’이 각각 7표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파리바게뜨·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아사히글라스에서 연달아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 지시가 제대로 이행된 곳은 만도헬라뿐이다. 파리바게뜨와 아사히글라스는 과태료를 감수하고 결정에 불복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등으로 피소된 아사히글라스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양대 노총에 소속된 제빵노동자들의 본사 직접고용 요구와 달리 본사·협력업체·가맹점 합작회사 고용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직장갑질’ 관련 이슈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 민주화’가 주목할 노동이슈 공동 9위(3표)에 올랐다. 한 응답자는 “직장갑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올해도 이어져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폭력의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밖에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현장실습생 안전 문제 연장선에서 일터 안전 강화와 6월 지방선거와 맞물린 개헌(노동헌법), 사회적 격차 해소가 공동 9위를 차지했다.

김학태·양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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