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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원년, 이렇게 보내야 하나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촛불혁명 원년인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날씨도 몹시 차갑네요. 바람에 날려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플라타너스 마른 잎이, 오가는 사람들의 움츠린 어깨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촛불정부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들어가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자신의 체포영장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긴급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혼란스러움과 함께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이번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백남기 농민을 사망하게 했던 민중총궐기집회의 책임을 물어 그 중심 세력인 민주노총을 박근혜 정권이 탄압하는 수단으로 위원장을 감옥에 가두고 사무총장을 연금했던 것인데, 그 힘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이 7개월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한 것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는 당사자로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이 촛불을 들었던 많은 노동자들이나 시민들도 같은 마음이겠지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혁명적 상황에서 적폐청산과 새로운 질서수립 차원에서 볼 때 선후와 완급에서 안타까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2년이 넘는 수배생활과 단식으로 급격히 악화한 건강상태 때문에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도, 이영주 사무총장이 분명히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음에도 긴급체포라는 용어까지 동원하며 마치 엄청난 범법자 취급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를 빌미로 가할 인격모독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나도 전교조 결성 등과 관련해 몇 번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1991년 노태우 군사정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당시 야당인 김영삼·김종필과 손잡고 통합당인 민자당을 만들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세력이 민자당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모두 단결해 민자당 일당독재 분쇄와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국민연합(국민연합)이란 한시적 투쟁조직을 만들었는데, 내가 집행위원장을 맡게 됐지요. 민자당 정권에 맞선 대대적 투쟁을 벌이다가 경찰 각목에 맞아 대학생이 죽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나는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장례투쟁까지 치르고 구속됐습니다. 2년6월 실형을 선고받고 진주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하던 중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취임특별사면으로 민자당 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많은 정치범과 양심수들과 함께 석방됐습니다. 당리당략을 넘어서는 큰 결단이라 생각했고 이런 것이 대통령의 정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전례가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과도한 눈치 보기로 좌고우면하면서 촛불혁명정부다운 역할을 포기해 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양심수 석방이나 수배해제를 포함한 사면복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촛불혁명 정신일 것입니다.

또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1989년 전교조 결성과 함께 해고됐던 1천500명 이상의 해직교사 복직입니다.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불법 상태에서 전례가 없는 일을 한다는 건 김영삼 정권으로도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들은 얘기입니다만, 전교조 해직교사의 실태와 처지를 잘 파악한 청와대 담당 수석보좌관이 대통령을 붙들고 눈물로 호소하고 회의에서도 근거를 가지고 설득해서 결국은 복직방침을 관철시켰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특별법을 만들지 않고서도 지금의 제도나 방침으로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지요. 소신 있는 해당 장관과 대통령 결단으로도 가능한 일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철회와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서 교부가 바로 그런 사안에 해당합니다. 해당 책임자가 소신 있게 나서고 그 소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풍토가 촛불혁명정부의 태도일 것입니다. 수첩 들고 윗사람 얘기를 받아 적기 바쁘고 결단과 책임은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태도는, 우리가 익히 봐 온 관료적 적폐 중의 적폐일 것입니다.

촛불혁명정부 첫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매섭게 불고 코끝이 아립니다. 이 추위에 75미터 높은 굴뚝 위에 올라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고, 청와대 앞 돌바닥 위에 천막을 치고 밤을 지새우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누구는 멀리 인도까지 가서 약속을 지키라고 호소하고 있고, 장애인들도 약속한 합당한 일자리를 달라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손잡아 주는 것이 진정한 혁명이고 정치입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돼야 합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정부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이수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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