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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재심사위원회 문제와 개선과제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산업재해 사건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은 당연히 법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최종 판단기관은 법원이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다. 산재재심사위는 1년에 3천건 내외의 산재 사건을 처리한다. 취소율, 즉 산재승인율은 지난해 9.3%(2천867건 중 267건 취소), 2015년 5.7%(3천107건 중 180건 취소)로 낮다.

산재재심사위는 특별행정심판기관이다.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으로 1965년 발족했다. 2007년부터 사건이 3천건 내외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그 중요성은 주목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법원 소송건이 800건이 안 되는 현실에서 산재 노동자의 최종 구제기관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없었다.

일단 기능과 역할 면에서 본다면 산재재심사위가 행정심판위로서 구제를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다. 산재재심사위 취소율은 법원에서 근로복지공단이 패소하는 비율(산재인정률)보다 상당히 낮다. 법원 패소율(2016년 상반기 11.3%)은 조정·취하 등으로 인한 실질 취소율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실제 조정·취하 등으로 인한 패소율이 29%임을 감안하면, 산재재심사위 취소율은 법원에서 공단이 패소하는 비율의 3분의 1 수준이다. 더군다나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재심사를 거친 사건이 거치지 않은 경우보다 법원에서 공단 패소율이 더 높다. 산재재심사위가 사건을 제대로 걸러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산재재심사위 패소율은 유족사건이 가장 높다(2016년 상반기 25.3%, 2016년 하반기 21.6%). 가장 중요한 뇌심혈관질환 사건에서 제대로 된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산재재심사위 패소원인 분석자료에는 “재심사위가 뇌심질환에 있어 과로 및 스트레스는 당해 근로자가 아닌 보통 평균인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당해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명확한 태도(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 5794 판결 등)와 배치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노동부의 과로 관련 기준을 ‘예시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패소원인 분석자료를 보면 “산재재심사위가 기계적으로 돌발·단기·만성과로로 구분해서 근로시간에 국한해 주로 판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판단하는 데 질적인 요인(스트레스·작업환경 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에 따라 발병하는 상병(헤르페스 뇌염 등)은 기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셋째, 자살사건 재심사에서 법원 판례에 충실하지 못하다. 최근 5년간 산재재심사위에서 산재로 인정된 자살사건은 3건에 불과하다. 정신과 전문의사가 위원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 아니라 자살사건에서 “정신과 치료전력이 없다”거나 “동종 노동자보다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 혹은 “자살은 기본적으로 고의적 행위” 같은 잘못된 요인으로 판단하는 경향 때문이다.

넷째, 진폐 장해 사안에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두48485 판결)와 공단 지침(요양 중 진폐 장해급여 소송 패소에 따른 업무처리기준, 2017년 5월)을 반영하지 않고 기각해 왔다. 특히 진폐증의 경우 대법원이 상병 특수성으로 인해 장해가 고정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장해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지 오래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5149 판결). 법리상 충분히 인정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송으로 내몰았다.

다섯째, 산재재심사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통상 5~6명 내외의 의사, 2~3명 내외의 법률전문가(변호사·공인노무사), 사회보험 전문가로 구성된다. 회의당 사건수가 20~40건으로 많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산재 판단의 본질인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게다가 산재재심사위원장은 노동부 소속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파견 공무원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외부 공모를 통해 전문적·법리적 판단구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실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산재심사위 심사장들이 통상 경력 15년급 차장으로 구성되는 반면 산재재심사위 심사관들은 평균 3년의 임기를 채우고 변경된다. 심사관들의 전문성 문제를 오히려 근로복지공단이 지적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삼성 백혈병 문제로 산재재심사위원장이 질타를 받았다. 50여년간 산재재심사위를 제대로 개혁하지 않은 국회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오늘도 세종시까지 가서 3분 진술하고 쫓겨나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과 산재재심사위 패소원인 분석이 항상 반복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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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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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3 01:21:47

    산재는 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회사를 위한 제도입니다.   삭제

    • 2018-03-21 11:25:10

      진정 근로복지공단과 재심사위원회란 기관이
      산업현장에서 상해/질병 등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를 생각 하는 기관인지 의문이 드네요   삭제

      • 석수가 2017-12-29 21:54:10

        산재재심사위원회 문제 중 가장 와 닿는 것이 다섯번째네요. 낙상과 허리디스크 산재로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로 영등포로 한번, 세종시로 한번 산재심사에 참관했습니다. 버스타고 3~4시간(편도), 차례 기다리는 약 2시간 뒤에 산재재심 회의장에 들어가 3분 예기하고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이렇게 산재재심이 진행되고, 결국 두차례 불승인을 받고 소송을 진행중인데요. 이런 허술한 재심사위원회가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할수 있는 기구인지 의문이네요. 공단의 심사 및 재심사는 제역할도 못하고 환자 오라가라 혹사만 시키는 재해자 기만하는 기구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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