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후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와 기타 이력을 꼼꼼하게 살피며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하게 됐다.”

정부가 올해 7월부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한 가운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존에는 학벌을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비슷한 자기소개서라면 학벌이 좋은 쪽을 합격시켰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원자의 업무 관련 경험이나 적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506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채용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입사지원서에 가족관계 등 불필요한 인적사항을 배제한 블라인드 입사지원서를 적용한 기업은 11.3%였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인적사항 항목별 요구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가족관계 기재를 요구한 기업은 전년 78.8%에서 올해 41.9%로 36.9%포인트나 감소했다. 학력사항은 94%에서 86.9%로 7.1%포인트 줄어들었다.

업종별로는 건설부문에서 전반적인 인적사항 요구비중이 높았다. 금융·보험과 운수·물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기업 규모별로는 1천명 이상 기업에서는 사진을, 50~299인 이하 기업은 학력, 300~999인 이하는 가족관계 사항을 요구했다.

개인 신상정보를 면접위원에게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한 기업은 35.2%였다. 금융·보험과 운수·물류에서 각각 70% 이상 높게 나타났다. 건설과 숙박·음식업에서는 각각 6.8%·3.2%였다. 직무능력 중심으로 체계화된 기법(경험·상황·발표·토론)을 하는 '구조화 면접'을 도입한 기업은 17%, 블라인드 면접방식 안내 등 면접관 교육을 하는 기업은 25.5%였다.

김덕호 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찾고 직무중심 역량개발에 몰입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정하고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채용관행을 정착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 블라인드 채용 도입 지원을 위해 컨설팅 지원과 채용 결과 투명성을 높인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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